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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경제 신문고

[자투리경제] 지자체 불합리한 기부채납 요구 빈번…기부채납 관련 법령 정비해야


[자투리경제=송진오 SNS에디터]


-부담수준과 부과기준 불명확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도 요구

 

#1. A사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비의 20% 정도를 기부채납 비용으로 예상했으나 관할 지차체는 개발사업 허가시에는 물론 허가내용 변경, 임시사용승인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기부채납을 요구했다. A사는 예정에 없던 도로 정비, 공연장 설치, 지역사회 기부 등으로 결국 총 사업비의 35%를 기부채납으로 지출했다(과밀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 별도).


#2. B사는 주택건설 과정에서 지자체로부터 사업지 인근의 지하차도 건설을 요구받았다. 주민들의 반대로 차도건설이 무산되자 이번에는 사업과 무관한 지역의 터널공사를 요구받게 되었다. 터널공사는 지자체-주민 간 갈등으로 주택 준공 이후에나 시작됐고, 공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공사비 상승분까지 B사가 부담했다.

 

# 3. C사는 다수의 사업자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각 사업자들은 지자체에 기부채납을 약속했으나 그 중 일부가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각자의 구역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았다. 현재 지자체는 마지막 남은 구역의 사업자 C사에게 공동사업자의 기부채납 몫까지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사용승인을 미루고 있다.

 

#4. D사는 동일한 사업에 대해 1년간 9차례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신규 위원이 새로운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동일 위원이 입장을 바꾸거나 1차 회의 때 했던 요구를 5차 회의에서 다시 언급하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5. E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사업과 무관한 공연장, 마을회관, 도서관, 주민협의회 물품기부, 도로정비 등 다양한 기부채납을 제공했다. 지자체에서 지역민원을 사업자가 직접 해결하도록 요구한 적도 있었다. E사가 기부채납한 시설 중 체육관은 현재 지자체에서 적자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운영조차 하지 않고 있다.

 

#6. F사는 지자체가 요구하는 전체 사업부지 면적 대비 기부채납 부지 비율이 사업추진을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5%포인트 높아 현재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F사 관계자는 “만약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면적(5%p)을 현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 준다면 해당 사업을 다시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개발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수준을 사업자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은 28일 개발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부담수준과 부과기준이 없어 지자체의 불합리한 요구가 많다며 부담수준의 상한 설정,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 금지 등 불합리한 기부채납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토계획법은 지자체가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 조건으로 사업자에게 기반시설의 설치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를 근거로 사업자들에게 사업과 관련된 기반시설 설치는 물론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민선 지자체장의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사업과 무관한 공연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사업 인허가 이후에도 허가내용 변경, 건축허가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가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반시설 설치비용은 물론 인‧허가, 민원 등 설치와 관련된 추가적인 부담도 사업자 몫이다.

 

기부채납이란 국가 외의 자가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에 이전해 국가가 이를 취득하는 것. 현실에서는 지자체가 건축물의 건축 등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조건으로 사업자에게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의 설치(또는 부지 확보)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기반시설은 교통시설(도로·철도), 공간시설(공원) 등 주민의 편의와 쾌적한 삶을 위해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지자체의 자의적인 기부채납 요구로 사업자들은 개발사업 과정에서 언제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지자체 내 여러 부서가 산발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하거나, 주민이 반대하는 기부채납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하자 대체공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이를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 경험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기부채납 행정을 임의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추가적인 기부채납에 대비해 매번 공사비의 일부를 예비비로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개발사업별 기부채납 상한과 기반시설별 상세 부담기준을 마련해 사업자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자체가 사업 전(全) 단계에 걸쳐 끊임없이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사업 인허가시 기부채납 협상이 끝난 후에도 개별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 준공허가를 빌미로 시의원과 신임 지자체장의 공약, 실수로 누락된 사항을 추가로 요구한다. 기부채납 협상 과정에서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무리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며 심의를 연장시키기도 한다.

 

전경련은 사업계획 수립 이후의 기부채납을 금지하는 한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기간 및 횟수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부채납은 개발사업 주변지역의 필수시설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사업자에게 해당 시설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지 인근이 아닌 타 개발지구에서의 기부채납, 필수시설이 아닌 주민협의회 대상 기부, 체육관, 공연장, 도서관 등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은 본래의 취지에 배치된다.

 

현재 주택법은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고 현실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토계획법, 도시정비법에는 이 정도의 규정마저도 없다. 전경련은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금지하는 기속력 있는 법률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자가 기반시설을 직접 설치하거나 스스로 시설부지를 확보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부지의 일부를 기부채납할 경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게 되고,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인허가, 민원 등의 절차까지 떠안게 된다. 반면 지자체는 부지 선정 노력, 행정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어 현물 기부채납을 선호한다.

 

전경련은 현재 도시정비법 등 일부에서만 허용하고 있는 현금 기부채납을 국토계획법-주택법 등 개발사업법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사업자들은 인허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부담이 높아지고 이익 회수가 늦어지므로 불합리하더라도 지자체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정부에서 기부채납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왔으나 강제성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기부채납에 대한 기속력 있는 기준을 만들어 협상에 의한 기부채납을 시스템에 의한 기부채납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자투리경제(http://www.jatu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