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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정책정보

[자투리경제]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패권경쟁…결말은?

 


지난 1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및 강제 기술이전과 관련된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직은 일반 301조 무역법을 근거로 했지만 보다 광범위한 보복조치를 가능케 하는 슈퍼 301조 발동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 슈퍼 301조는 미국 무역법 기본 규정을 보강한 것으로, 발동 시 일방적 제재조치에 따른 국가간 갈등 격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미·중의 무역갈등은 1980년대 후반 미·일의 사례와 많은 유사점이 있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슈퍼 301조 등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1차적으로는 중국에게 더 많은 투자와 소비를 통해 자국과의 불균형을 해소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도로질서를 재편하여, 글로벌 패권경쟁의 우위를 지키려는 노정(路程)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은 거시경제의 조정과 환율의 적정화를 축으로 한 경제조정을 명분으로 주요국과의 무역적자를 개선하고자 했다. 주지하듯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합의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실상 당시 타깃은 일본과 독일이었다. 특히 신흥무역국으로 급부상해 제조업부문에서 미국을 위협했던 일본이 주된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합의에도 불구 이후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무역적자가 개선되지는 못했다. 때문에 미국은 일본에 대해 소위 ‘경제구조협의’를 요구하게 된다.

 

엔화의 대폭 절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미무역흑자가 줄지 않은 것은 제도, 상관행(商慣行) 등에서 보이지 않은 무역장벽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었다. 이러한 기조에서 1988년 6월 토론토에서 열린 G7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각 회원국들의 경제구조개혁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이 수긍하지 않자 1989년 5월에는 슈퍼 301조를 발동해 본격적인 압박을 가했다. 불공정 행위로써 슈퍼컴퓨터, 인공위성, 목재제품 등 3개 항목을 조사, 교섭대상품목으로 지정했고, 지적재산권에 대해서 일본의 특허제도를 watch list로 편입했다.

 

더불어 조지 부시 대통령은 다방면에서 일본의 구조적 시장장벽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위급 위원회 구성을 본격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구조장벽 이니셔티브(SII; Structural Impediments Initiative)를 통한 협상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 일본은 반발했지만, 슈퍼 301조를 앞세운 미국의 공세와 일방적이 아닌 쌍방간의 경제구조조정 협의를 하자는 논리에 결국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1989년 9월부터 시작된 협상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으나 선거 등 정치일정 등에 떠밀려 결국 1990년 7월에 최종 타결에 도달하게 된다.

 

SII 개선 합의안은 표면적으로는 미·일 양국의 경제구조를 조정하자는 것이었으나, 내용적으로는 일본에게 매우 불리한 협상이었다. 일본은 대규모 투자 및 소비확대 정책 시행에 합의했고, 시장 및 경제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약속했다. 반면 미국은 저축확대, 기업규제 완화 그리고 R&D 확대 등 선언적이며 비실효적인 개선을 합의했다. 결국 SII를 계기로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일본경제의 버블붕괴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은 지난 4월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중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치가 항구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없었다. 즉 언제든지 미국은 환율 문제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고, 당장 10월에 이를 재론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드디어 미국은 지적재산권에서 ‘슈퍼 301조’ 적용까지 꺼내들며 중국에 대한 압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이러한 최근의 상황은 지난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무역갈등과 많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향후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출처 : 자투리경제 (http://www.jatu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