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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취미-공연

[자투리경제 건강 정보] 내 외로움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외로움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요? 만성적인 외로움은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만성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이 높고, 조기에 사망할 위험도 (외롭지 않은 사람보다) 14%나 높다고 합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을 때처럼 면역 기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출 되고, 자율신경계가 부조화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혈관도 딱딱해지고, 신체의 염증 반응도 커집니다. 뇌기능도 저하되어 치매 발생 위험도 높아집니다.

 

'나만 혼자다, 나만 소외된 것 같다'라고 느끼면 암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처럼 뇌의 ’배측 전대상피질‘이라는 영역이 활성화합니다. 외로우면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꾀병이나 관심을 끌려고 아픈 척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진짜 통증이 느껴지는 겁니다. 외로울 때 “춥다”라고 하는 것도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나는 외롭게 밀려나고 말았다”라는 인식이 피부 체온을 떨어뜨리고, 주변의 온도를 더 차갑게 지각하게 만듭니다. 이를 가리키는 ‘로세토 효과’라는 말도 있습니다.

울프 박사가 이 지역의 심장병 유병율과 사망률을 조사해 보니, 55세에서 64세 사이의 사람들 중에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거의 제로였습니다. 65세 이상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지역 사람들은 평소에 소시지나 미트볼을 즐겨 먹고, 술과 담배도 엄청나게 해 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현저하게 적었던 것이지요.

 

어떻게 된 것일까 조사했더니, 로세토 특유의 상호 존중과 협동의 공동체 문화가 건강 비결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것이 바로 '로세토 효과'입니다.

그래도 외로움이 떨쳐지지 않는다고요? 당연합니다. 근원적인 외로움은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해 왔던 겁니다. 그래서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던 거고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외로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혼자 있다고 해서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혼자 있어도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외롭지도 않고, 건강에 아무런 해가 없습니다. 혼자만의 취미, 혼자만의 여행, 혼자 밥 먹고, 영화 보는 것도 “내 마음만 편하다”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명약입니다.

 

사람은 모두 외롭습니다. 중년은 더 외롭습니다. 지금 외롭지 않다고 해도, 언젠가는 외로워집니다. “나는 외롭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철저하게 고독한 존재입니다.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다고 해도, 자신과 완벽하게 연결될 수 없는 간극이 있게 마련입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영원한 이방인일 뿐, 어떤 인간관계도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지 못 합니다. 외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만 춥고 외롭다”라는 소외감에 빠져들면 안 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외로움과 친구 되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글: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박사, 전문의>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