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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취미-공연

[자투리경제 건강 정보] 건강검진, 결과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폐암, 대장암 등이 뒤늦게 발견돼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종합건강검진이 모든 질병을 찾아내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자신의 나이나 건강 위험성에 맞도록 검진을 좀 더 집중해서 받지 않았거나, 검진 후 추가적인 선별검사를 소홀히 한 탓도 있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일정 비용으로 증상이 없는데도 미리 검사를 받아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 혈당, 소변검사 등 기본적인 검진은 최소 비용을 들여 매년 하고, 나머지는 자기의 건강 위험 수준에 따라 선별 정밀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고기가 몰리는 곳에 그물을 던지라는 뜻이다.

 

현재 대부분의 상품형 또는 패키지형 종합검진에는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유방촬영술, 자궁세포진검사 등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따라서 위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대장암이 중년층에 급속히 늘고 있다. 따라서 비만인 사람, 육식을 즐기는 사람 또는 40세 넘어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따로 받는 것이 좋다. 처음 검사에서 정상이면 5년 간격으로 받으면 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은 서구와 달리 5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나이대 여성은 유방촬영술과 초음파검사를 둘 다 받는게 좋다.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라면 복부초음파 외에 좀 더 정밀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번은 해보는 게 좋다.

 

50세 넘어 비만이거나 흡연자는 심장 CT를 찍어 관상동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에 멀쩡히 지내다 심근경색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심장에서 뇌로 들어가는 목 부위의 굵은 동맥인 경동맥을 초음파로 살펴보는 검사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동맥이 얼마나 동맥경화로 좁아져 있는지를 보면 뇌졸증 발생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으면 반드시 눈의 망막 변화도 미리 봐야 한다. 뒤늦게 황반변성이나 녹내장으로 진단될 수 있다.

 

55세 이상 남자는 직장초음파검사로 전립선암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복부 CT로 검진이 가능하다, 방사선 피폭 때문에 자주 받을 수 없다. 정 췌장암이 걱정된다면 방사선 피복이 없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검사받을 수 있다.

20세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람은 50세에 접어들면 벌써 흡연 경력이 30년이다. 이때쯤이면 폐암 발생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가슴 엑스레이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기는 어렵다. 30년 이상 피운 경력이 있다면 저선량폐CT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통상적인 CT 방사선 피폭량의 5분의 1수준으로 찍을 수 있는 CT다.

 

암을 정복하는 것은 최첨단 치료법이나 최고 명의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암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행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위암과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간편한 검진법이 있다. 위암은 1, 2년마다 위내시경을 받으면 되고, 자궁경부암은 자궁세포진검사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날짜를 정해두고 하는 것이 빼먹지 않고 정기적으로 하는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생일날 즈음에 또는 결혼기념일 즈음에는 반드시 암 검진을 하는 관례를 만들어 놓으면 좋다.

 

어떤 이들은 건강검진을 받은 뒤 검진 결과만 통보받고 그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거기서 빈틈이 생긴다. 분명히 검진 결과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있는데 검진받은 것 자체로 안심하고 넘기는 경우가 있다.

 

건강검진의 중요한 목적은 전체결과를 놓고 의사의 진찰과 상담을 통해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설사 검진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흡연, 비만 등 건강 위험 요인을 제거하려는 사후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정상'이라는 의미는 현 단계에서 주요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결코 당신의 건강 자체가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건강을 해치는 당신의 생활 방식에 '면죄부'를 준 것은 결코 아니다. 건강검진을 계기로 은퇴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다듬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다음 건강검진이 기다려질 정도로 당신의 몸을 바꿔본다는 생각으로.

 

<글:김철중 영상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