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취미-공연

[자투리경제] 허약체질에 좋은 간식 '밤' …탄수화물·단백질·비타민 A, B1, C 풍부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 밤이 길어지면서 입은 계속 심심해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을거리가 충분치 않아서인지 늦은 밤 군것질거리를 찾고 있을 가족을 위해 퇴근길에 사온 군밤은 가족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간혹 밤늦게 집에 들어올 때에도 기다리고 있던 아내에게 따끈따끈한 군밤 봉지를 내밀면 집에 늦게 들어온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기도 했다. 겨울철 길거리에서 파는 군밤은 값은 비록 싸지만 우리를 유혹할 수 있는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우리조상들이 예로부터 밤을 아주 귀하게 여겨왔다. 농경지를 제외하고는 적당한 곳마다 밤나무를 심게 하였고, 밤나무를 벌채하는 자는 처벌하기도 했다. 겨울철 식량이 모자랄 때 산에서 나오는 밤은 우리의 식량을 대신하는 귀한 구황작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1970년대부터 산촌소득을 높이기 위하여 밤나무를 많이 조림한 덕분에 밤은 현재 연간 약 5만 여 톤이 생산되고 있다. 밤의 종류로는 13종에 달하고 있으나, 대표적인 것으로는 한국밤, 일본밤, 중국밤, 유럽밤 등이 있다.

 

한국밤은 평안도 및 함경도 등 북부지역에 분포하는 약밤나무와 중부이남 지역에 분포하는 과실이 큰 한국밤나무로 구분된다. 약밤나무는 중국밤 계통으로 밤알이 작고 속껍질이 잘 벗겨지며 단맛이 강하여 군밤용으로 적당하다. 한국밤은 대부분이 국내에서 육성되거나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으로 냉해에 약하여 주로 남부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국밤은 알이 굵고 껍질 깨끗하며 윤택이 날 뿐 만 아니라 육질이 좋고 단단하여 삶은 밤, 군밤, 가용용, 조리용으로 주로 이용된다.

 

우리나라 밤의 주산지는 경남의 하동, 산청, 함양, 진주, 전남의 광양, 순천, 구례, 충남의 공주, 부여, 청양 등이다. 밤의 주산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웬만한 산에는 어디에나 밤나무들이 많이 있다. 산에 오르다보면 밤나무에서 떨어져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밤이 눈에 뜨인다.

 

옛말에 “밤 세 톨을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이 있는데, 밤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A, B1, C가 풍부하기에 이르는 말이다. 특히 비타민 B1은 쌀의 4배, 비타민 C는 나무 열매 중에서는 가장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 C는 피부 미용에도 좋을 뿐 만 아니라 겨울철 감기예방에 좋다.

 

밤은 예로부터 성질이 따뜻하여 기를 도와주고 위장과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어 허약체질에 이용되고, 병후 회복이나 소화기능 강화식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암 환자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좋다. 그러나 칼로리가 많은 식품이므로 비만증이 있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밤은 일일이 껍질을 까서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니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밤 속껍질은 당질과 아미노산,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있어 좋지만 속껍질의 떫은 맛 때문에 대부분 속껍질을 깍아버리고 하얀 속만 먹는다. 밤 속껍질은 말려서 꿀과 함께 섞어 얼굴에 바르면 피부 미용에도 좋다. 밤 속껍질의 폴리페놀 성분은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고, 노화를 억제해 준다. 특히 밤 속껍질은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두뇌활동이 많은 수험생들이나 노인들에게 좋다. 밤 속껍질은 그냥 먹으면 떫지만 끓이면 떫은맛이 없어지고 구수해진다. 따라서 밤 속껍질을 그냥 버리지 말고 말리거나 볶아서 차로 끓여 마시면 좋은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밤은 주로 쪄먹거나 구워먹는다. 겨울철에 밤알이 굵은 것을 골라 쪄서 속살을 숟가락으로 파먹는 맛도 일품이며, 밤알이 조금 작은 것은 잘 구어서 톡톡 터진 군밤을 까먹는 맛도 일품이다. 그러나 밤은 오랫동안 저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조금 지나면 속에 벌레가 먹고 썩어버리기가 쉽다. 늦가을 밤이 많이 나올 때 밤을 모아 두었다가 항아리에 넣고 왕겨나 톱밥을 고루 섞고 물을 조금 뿌려 수분 함량이 50% 정도가 되게 하여 두면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생밤을 까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신선한 맛을 유지하면서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 껍질이 단단하여 생밤을 까기 어려울 때에는 생밤을 통째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가 꺼내는 즉시 압력솥에 넣고 10분 정도 찌면 찐 밤이 된다. 압력솥에 넣고 쪄야만 떫은맛이 없고 달고 맛있는 찐밤이 된다. 밤은 그 외에도 생밤, 깐밤, 요리용, 제과제빵용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찹쌀, 대추, 잣 등과 함께 약밥이나 영양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오이, 양파, 양송이버섯, 피망 등으로 야채샐러드를 만들 때 생밤을 썰어 넣으면 더욱 더 아삭아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글: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