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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취미-공연

[자투리경제] 술도 잘 마시면 건강음료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술 소비량은 성인 1인당 맥주 105병, 소주 68병 정도를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이 숫자의 2배 정도 마신다고 볼 수 있으니, 술을 마시는 사람 1인당 연간 맥주 200병, 소주 140병을 마신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매일 맥주나 소주를 한 병씩 마신다는 이야기이다.

예로부터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 중에서도 가장 좋은 약이 되며, 지나치게 마시면 독약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독약이라고 하였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여러 종류의 암뿐만 아니라 심장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간 질환, 소화기계 질환, 치매와 같은 기억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술을 적당히 마시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또는 사교모임을 위해서 술을 마신다. 술은 적당량을 마시면 소화기능을 촉진시켜 음식물의 섭취를 돕는 기능이 있고,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증진시킨다. 또한 신경을 진정시키고 수면을 촉진하고, 신진대사 및 호르몬 작용에 의한 미용효과 등이 있다.

술 가운데에서 약도 되고 음식이 되는 것이 와인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적당량의 와인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고, 미생물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파스퇴르는 “와인은 더할 나위 없는 건강한 음료이며, 가장 위생적인 음료”라고 극찬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육류 등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적다. 이러한 현상을 ‘프랑스 패러독스(역설)’라고 한다. 그 이유는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레드와인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도와 레드와인에서 적색을 띄는 성분 중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은 플라보노이드계통의 성분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주어 동맥경화는 물론 다른 심장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프랑스 패러독스를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육류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는 데에도 100세까지 살고 있다는 부부가 있다고 하여 노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궁금했던 점은 “그들이 고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과 별다르지 않는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부부가 함께 100세까지 살고 있느냐?”하는 점이었다. 내가 “건강의 비결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그는 대답 대신에 “와인 한잔 마시자.”며 냉장고에서 레드와인 한 병을 떠냈다. 그는 다른 100세 노인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동안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노인들은 말을 잘 하지 못하거나 귀가 멀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할아버지는 달랐다. 할아버지가 매일 조금씩 마시는 레드와인에서 ‘프랑스 패러독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와인이 몸에 좋다고 해서 매일 취하도록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었다. 5일에 한 병 정도를 마신다고 했다. 할아버지 부부의 절제하는 모습에서 건강 장수의 비밀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술 중에서는 막걸리가 건강음료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토속주인 막걸리는 우리의 주식인 쌀밥을 발효시킨 술로 거칠게 걸러서 혼탁한 상태여서 탁주라고도 불며, 막 걸렀다고 하여 막걸리라고도 부른다. 막걸리 제조에는 동양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물질인 누룩을 사용한다. 누룩은 밀을 거칠게 부숴 물과 반죽해서 곰팡이를 번식시킨 것으로 막걸리의 독특한 맛을 낸다. 막걸리는 다른 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이섬유, 아미노산, 유기산 등 다양한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ml 당 수백만에서 1억 마리 정도 들어 있다. 유산균은 항암, 항균, 정장작용이 있다. 막걸리의 종류에 따라 유산균 수가 크게 차이가 있지만, 막걸리는 유익한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는 건강음료라고 할 수 있다. 

술 한두 잔 정도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문제는 마시다보면 지나치게 마시게 되고, 습관성이 되어 매일 마시는 것이 문제이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적당할까? 술의 대사속도는 소비 형태, 신체, 영양상태, 인종에 따라 다르나 맥주 1캔이나 와인 1잔, 위스키 반잔, 소주 1잔, 막걸리 1잔 정도를 마시면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하루에 레드와인 한 잔 정도 마신다면 술도 건강에 좋은 건강음료가 될 수 있다.

<글 :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