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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자투리경제] "창업,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의 함정

 

사람들은 노력이나 열정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이나 비즈니스에서의 관점에서도 그렇다. 노력해서 무언가를 쟁취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기에 노력과 고생, 그리고 열정을 매우 강조한다. 하지만 노력과 열정에 과도하게 초점을 두고 이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나이키의 공동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이키의 초창기 창업 일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필 나이트와 그의 동료들이 신발에 바친 열정과 노력에 주목하지만 핵심은 ‘과연 그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이다.

초창기 나이키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빌 바우어만이다. 오레건 대학의 육상코치였고 필 나이트의 육상부 시절 은사이자 수많은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길러낸 코치다. 애초에 겨우 20대에 불과했던 필 나이트가 일본의 오니즈카 타이거로부터 미국 독점 판매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빌 바우어만 코치의 명성과 영향력 덕분이었다. 오니즈카 타이거의 일본 본사는 바우어만 코치가 필 나이트와 동업자라는 것을 보고 필 나이트에게 사업권을 맡긴 것이었다.

아울러 바우어만 코치가 매우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물이란 것도 나이트의 사업에 도움이 되었다. 나이트가 처음 사업을 제안하면서 지분율 5:5를 제시했을 때 바우어만 코치는 향후 회사의 결정권을 나이트가 확실히 가지고 있는 상황을 위해 역으로 더 적은 지분율을 제시했다. 동업관계에서의 지분과 의사결정의 문제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아울러 나이트는 블루리본스포츠(나이키의 전신)가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6년 동안 포틀랜드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며 투잡을 뛰었다. 회계학 교수란 안정적인 수입원은 사업의 변동성을 견디는 큰 버팀목이 되었으며 무수히 많은 적자를 견딜 수 있었던 근원이기도 했다. 물론 그의 노력과 열정은 대단했지만 이런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자원이 없었다면 나이키는 나이키가 되기도 전에 망해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는 노력과 열정의 과대평가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과 열정에 대한 과대평가는 다른 요소를 마치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자본을 앞세운 경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마치 불공정한 요소로 보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재미를 위한 스포츠에서조차 자본은 중요한 경쟁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팀 단위로 운영되는 프로 스포츠는 운과 자본 등의 다양한 요소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며 당당한 경쟁의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하물며 재미를 위한 스포츠보다 훨씬 격렬한 경쟁의 장인 비즈니스에서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경쟁에서 자본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노력이나 열정 같은 요소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운적인 요소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노력과 열정은 더욱 과대평가된다. 그리고 이를 과대평가하면 할수록 우리는 성공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워진다. 애초에 경쟁의 수많은 요소 중에서 일부에 불과한 것을 마치 절대적인 요소로 과대평가하고 추구한다면 잘 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비즈니스는 자신의 가진 것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가장 치열한 경쟁터이다. 특정 요소를 과대평가하여 다른 요소의 활용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그만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실 속의 경쟁이 바로 그러하다.
 
<글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