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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투라이프

[자투리경제] 유언장 없으면 상속은 어떻게 되나요?

 

사람의 나이가 60세를 넘어서면 언제 어디에서 황망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 따라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녀들을 위한 유언장을 작성해두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못다 한 말을 털어놓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울러 재산을 어떻게 배분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본인의 사후에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일들을 자세하게 적어놓는 것이 좋다.

가장이 유언장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자식들 간에 재산싸움이 발생하는 것은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이런 일들을 막으려면 평소에 유언장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사전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처럼 유언장은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이다. 유언장을 작성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법적인 효력을 갖추도록 요건을 잘 맞춰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시에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는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구수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의 5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언장 형식이 '자필증서'이다. 다른 4가지 종류의 유언장에 비해, 자필증서는 유언 과정에 증인 또는 공증인 등 제3자가 관여하지 않는 가장 간편한 방식이다. 다만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은 전문과 날짜, 주소, 성명, 날인의 5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효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유언장에 주소와 날짜를 적지 않거나,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인감도장이 아닌, 개인적인 사인을 남긴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없다. 당연히 컴퓨터로 친 유언장도 무효이다. 유산상속을 둘러싼 법정소송에서 이 같은 판례는 숱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자필 형식의 유언장은 작성 후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시 고쳐 쓸 수 있으며, 생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적함 것이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

'녹음' 유언장은 유언자가 증인을 1명 이상 대동한 상태에서 유언의 취지와 성명, 날짜를 구술하는 것이다. 녹음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려면 이러한 구성요소는 절대 빠뜨리면 안 된다. 또 녹음된 유언에는 증인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유언자의 유언이 정확하다는 진술도 있어야 한다.

'구수증서'는 유언장은 질병이나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해 일반적인 방식으로 유언을 남길 수 없을 경우, 동석한 증인 1명이 유언 내용을 받아 적고 참석한 증인 모두가 서명하는 방식이다. 구수증서 유언은 유언을 한 날부터 7일 이내에 가정법원에서 검인을 받아야 한다. 구수증서는 직접 작성한 유언장이 아닌 만큼 법원의 검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만약 7일 이내에 검인을 받지 않으면 유언장은 무효가 된다.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 사무소에 가서 증인 2명을 세우고 유언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공증절차를 밟으면 공증인이 유언장을 써주고 20년간 보관해준다. 공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대 300만원까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비용이 따른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공정증서 유언은 자필증서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언장 작성 방식이다.

'비밀증서' 유언은 생전에 유언을 비밀로 해두고 싶을 때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비밀증서는 먼저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이름을 유언장에 적은 뒤 봉투에 넣어 2인 이상의 증인에게 제출하고, 봉투 겉면에 유언자와 증인들이 함께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재산이 많은 부자들이 생전에 자식들의 유산 분쟁을 막기 위해 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이상의 5가지 방식의 유언은 법적 상속재산 분할보다 더 우선하다는 점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미리미리 잘 생각하여 작성해놓는 것이 좋다. 유언장을 쓸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배려다. 일반적으로 아내들은 남편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같은 나이일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수명이 7∼8세 정도 더 길다. 만약 부부 간 나이 차이가 두 살이고, 남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 홀로 남는 여자는 10년간 홀로 더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자는 자신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할 경우 배우자에게 상속자산이 충분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둬야 한다. 부인에 대한 사전증여, 거주용 부동산의 부부 공동명의 전환, 남편 사망 시 종신보험의 수령인을 부인으로 지정하는 일들이 그러한 일이다. 모든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경우 남편 사후에 부인의 노후 대책이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돌아가신 분이 남긴 유언장이 없는 경우엔, 남은 가족(법적 상속인) 전원의 협의로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 이를 '협의상속'이라 한다. 쉽게 말해 협의상속이란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 법정상속대로 상속하지 아니하고, 상속인 간에 협의해서 상속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자녀들이 협의하여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 재산을 모두 몰아드리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만약 유언장도 찾을 수 없고 상속인들 간에도 원만하게 유산분할 협의가 되지 않으면, 마지막에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유산을 나눠 갖게 된다. 우리나라 상속법은 피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를 남기고 사망한 경우, 배우자 1.5, 자녀 1의 지분으로 재산상속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글 : 송양민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