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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투라이프

[자투리경제] 제로금리의 습격! 퇴직연금, 변화가 필요하다

 

- DC형 가입자는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 축소 및 해외 분산투자 필요

한국은행이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여 0.5%가 되었다. 예금금리도 0%대로 떨어지면서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금리 하락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근로자의 노후가 달린 퇴직연금도 예외가 아니다. 제로금리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격차들이 생겨나고 있다.

퇴직연금은 가입 유형에 따라 퇴직급여 산정이 다르다. DC(확정기여형)는 매년 받는 부담금(임금총액의 1/12 이상)의 적립금과 이를 운용하여 얻은 운용수익을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다. 반면 DB(확정급여형)는 퇴직 전 30일분 평균임금에 근로기간을 곱한 금액이 퇴직급여가 된다. DC는 내가 자산운용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DB는 임금이 많이 오르는 직장에서 승진을 잘하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감독원이 발표하는 DB 수익률은 사용자(기업)가 적립금을 운용한 수익률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수익이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와 관계없다.

제로금리는 DB의 자산과 부채 격차를 확대해, 근로자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기업에 문제가 된다. 저금리로 적립금 운용수익률은 낮아지는 데 반해 임금 상승률은 큰 변화가 없다 보니, 적립금 자산 증가 속도가 퇴직급여 부채 증가 속도를 쫒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부족한 적립금은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2014년부터 6년 동안 100인 이상 사업체 임금상승률 평균은 3.9%인데 반해 적립금 운용수익률은 1.8%로 한 해 평균 역마진이 -2%포인트가 넘는다. 2018~2019년은 이 값이 -2.6% 포인트에 이른다. DB 가입 비중이 높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은 높은 임금 상승률로 인해 격차가 더 커진다.

퇴직급여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 기업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2019년 DB 적립금이 138조원에 이르는데 이 중 3%를 추가로 쌓아야 한다면 그 돈이 한해 4조원에 이른다. 기업 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근로자의 복지 차원이라 하기에는 향후 제로금리 지속으로 추가 충당금 누적액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DB의 확대되는 자산-부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적립금 운용 수익률을 임금상승률 수준 정도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리금보장 상품 위주의 적립금 운용에서 벗어나 투자상품을 운용하고 자산-부채 연계 관리를 해야 한다. 투자정책서(IPS) 도입 등 DB의 지배구조도 바꾸어야 한다. 혹은 적절한 유인을 통해 DB의 비중을 줄이고 DC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제로금리는 퇴직연금 가입자 간 격차를 확대시킨다. DC 가입자의 최근 5년간 연 수익률은 1.9%로 DB 가입자의 임금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DC 가입자는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80%에 이를 정도여서 저금리 시기에는 수익률이 낮아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식시장 부진으로 실적배당(투자) 상품의 수익률도 연 2.1%일 정도로 낮다. 이는 DB 가입자와 DC 가입자의 퇴직급여 격차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제로금리로 인해 DC 가입자 중 원리금보장 상품 가입자와 실적배당 상품 가입자 간의 수익률 격차도 커질 전망이다.

근로자 간의 퇴직연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DC 적립금 운용 수익률이 임금상승률 정도로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DC 가입자는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을 줄이고 투자상품 비중을 늘리며 동시에 자산 배분을 국내 일변도에서 해외 분산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 가상 펀드를 국내주식 30%, 국내 채권 70%로 운용하는 경우 2010~2019년 동안 연 4.0%의 수익을 얻었으나, 국내주식 15%, 미국주식15%, 국내 채권 70%로 할 경우 수익률은 연 5.3%가 된다. 글로벌 자산배분만으로 수익률이 높아진다. DC 사업자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시장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게 투자상품을 운용해야 한다. 당국은 원리금보장 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의 전환을 보다 편하게 하고 DC 가입자 간 자산 운용 수익률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연합형기금과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작년 말 기준 22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한 해만 31조원이 증가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제로금리는 이제 시작이다. 사용자의 퇴직연금 운영을 효율화하고 근로자의 노후를 제로금리에서 보호하기 위해 퇴직연금 시장은 변화해야 한다.

<글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