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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한-미-중 3국 모두 제조업 위축 국면

 

[자투리경제=박영석 기자] 한미중 3국의 제조업은 2분기에도 재고사이클상 부정적인 변화가 계속됐으며, 3분기 중에 빠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소매업 재고순환지표의 계속된 하락세(출하 대비 재고의 상대 증가)는 비단 미국 제조업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의 제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12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한국 제조업 재고율은 129.2%를 기록해 금융위기 직후 최고치(129.9%)에 근접했다. 이는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에 메르스 여파가 더해지면서 출하 감소, 재고 증가가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내수보다는 수출 위축이 상반기 출하 감소에 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중에서도 다른 섹터 대비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IT 업종의 재고순환지표 하락이 전체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하락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Non-IT 에서는 목재, 비금속광물, 섬유-의류 등이 상대적으로 낫고, 화학, 1 차금속, 일반기계, 전기장비 등은 부진한 상황이다. 한편 도소매업에서도 재고순환지표가 후퇴했으나 메르스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여 3분기에는 다시 회복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에 이어 도소매업 재고순환지표의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도소매업에서 늘어난 재고 부담은 향후 미국 제조업 경기 반등을 제한할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매업보다는 도매업 재고순환지표 하락 강도가 더 센 상황인데, 미국 내에서 민간소비가 견고하기 때문에 소매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반면 고정투자 및 수출 부진이 도매업에 좀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제조업 세부 업종별로 보면 다수 업종이 재고사이클상 둔화 내지 위축 국면에 위치한 반면 IT와 자동차는 회복 내지 팽창 국면에 위치해 있어 한국 및 중국의 그것과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은 산업생산 증가율이 반등이 있었으나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재고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다수 업종에서 재고 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문제는 IT 와 자동차가 중국 내 생산 조정에도 불구하고 재고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는 중국의 대내외 수요가 조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공급 경쟁으로 인해 재고 조정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정의민 연구원은 "당장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 내 큰 변화를 보이기 어려운 현실에서 FRB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높일 위험성이 크다"며 "이는 단기  금리(FRB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 하락을 유발하면서 FRB 통화정책의 적절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분기 동안 한국의 재고율은 급상승했고 재고순환지표는 후퇴했다. 메르스 여파로 6월 내수가 위축된 여파가 컸는데, 도소매업에 비해 제조업이 좀더 나쁜 상황이다. 제조업은 출하 감소 속 재고 증가로 재고율이 금융위기 직후 고점 수준에 근접한 반면 도소매업은 6 월을 제외하면 재고율이 110%대 수준에서 관리되어 왔기 때문이다.

7 월 이후로는 메르스 여파가 진정되면서 내수 회복이 예상돼 6월에 일시적으로 높아진 도소매업의 재고율은 이내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조업은 재고 조정 압박이 향후 생산 활동을 저해할 위험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제조업 출하는 전년비 감소하는 반면 재고 증가율은 높아지는 방향이다. 이처럼 제조업이 재고순환상 좋지 못한 모습을 보임에 있어 IT 업황 후퇴 여파가 컸다.
IT 제조업은 3월 이후 출하 증가율 하락과 재고 증가율 상승이 동반되면서 재고순환지표가 빠르게 하락했다. IT 를 세부 섹터로 나눠 보면 1분기까지 양호하던 반도체 분야에서 출하 위축 및 재고 증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전자부품도 비슷한 흐름이다. 반면 1분기까지 나쁜 흐름을 보였던 통신장비(핸드폰)는 재고 조정이 진행되면서 재고순환상 최악의 상황은 지나온 모습이다.

 

Non-IT 전체로 보면 어떤 특별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 자동차는 2 사분기에 출하 증가율의 반등이 관찰되었으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IT 와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은 재고순환지표가 아래든 위든 방향성을 잡지 못한 상태가 2012 년 하반기 이후로 3 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IT 및 자동차 제외 제조업 전체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세부 업종별로 보면 좋아지는 업종과 나빠지는 업종이 공존한다. 최근에 그나마 재고순환상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업종은 목재, 비금속광물, 섬유-의류 등이며, 반면에 화학, 1 차금속, 일반기계, 전기장비 등은 출하가 위축되거나 재고가 증가하거나 아니면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목재업은 출하 증가폭이 확대되는 동시에 재고 감소폭이 확대하고 있어 재고사이클상 가장 긍정적인 위치에 있다. 목재업 출하 증가율 상승에는 기저효과가 커서 약간의 평가 절하요인이 있지만, 제조업 전체적으로 출하가 전년비 증가하는 업종이 많지 않은 데다가 재고 조정만큼은 확실히 진행되고 있으니 목재업은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비금속광물은 기저효과가 약화되면서 출하 증가율의 오름세도 제한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출하가 전년비 증가하는 몇 안 되는 업종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목재와 비금속광물이 재고사이클상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보이는 데에는 주택 등 건설투자가 활발하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일 것으로 판단된다.
섬유는 2 사분기 들어 출하 증가율이 마이너스권에서 반등하고 있으며, 의류 출하는 전년비 증가율이 지난해 10 월 이후로 꾸준히 올라왔고 최근에는 전년비 증가세로 전환되어, 섬유 대비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이다. 섬유, 의류 모두 수출 출하가 감소세에 있는 반면(감소폭은 완화), 내수 출하는 2분기에 전년비 증가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화학제품은 내수 출하가 수출 출하 대비 상대적으로 나은 반면 고무-플라스틱 제품은 수출 출하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둘 다 출하가 감소하면서 부진한 모습이다.

1 차금속은 전년비 소폭의 출하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재고 증가율이 낮아지는 방향이지만 기저효과가 큰 것이어서 재고 조정이 원활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이에 비해 조립금속은 재고 조정이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생산 회복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기계는 출하 위축 속에서 재고 증가가 진행 중이어서 재고사이클상 전형적인 위축 국면에 위치해 있으며 전기장비도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1 년 동안 출하 증가율, 재고 증가율의 동반 하락세가 진행 중이며, 재고보다는 출하 위축이 좀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한국은 출하, 재고 데이터가 물량 기준인 반면 미국은 금액 기준이기 때문에 미국의 출하 및 재고 증가율이 빠르게 낮아진 데에는 가격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하며, 물량 기준으로 보면 출하 및 재고의 위축이 그리 심하지 않았을 듯하다.

미국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동차와 IT 이다(IT 는 후술). 특히 자동차는 최근 출하 증가율의 빠른 상승이 관찰됐다. 반면 1 차금속, 조립금속, 일반기계, 화학 등은 출하증가율과 재고 증가율의 동반 하락세가 진행 중인데, 특히 유가 급락에 따른 가격 효과가 큰 화학업의 출하, 재고는 전년비 3%대 감소율을 기록 중이다. 재고순환도상 가장 나쁜 위치에 있는 것은 전기장비업종으로서, 출하 위축 속 재고 증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IT 제조업은 지난 2 사분기에 출하 증가율이 반등했고 재고 증가율의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 이로 인해 IT 제조업의 재고순환지표는 소폭 반등했다.
하위 섹터들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자부품의 출하 급증으로, IT 출하 증가율의 반등을 주도했다. 통신장비도 2분기 들어서는 1 년간 계속됐던 출하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전자의료장비는 연말 연초에 비해 출하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재고 증가율도 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컴퓨터는 출하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소매업도 제조업과 사정은 비슷하다. 가격 효과가 크게 반영되면서 도소매 판매가 전년비 감소세로 전환됐고 도소매 재고 증가 속도도 둔화됐다. 단, 제조업과 비교해 볼 때 재고 증가율의 하락 조정이 덜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로 인해 2 사분기 중 도소매업 재고순환지표 하락세는 제조업의 그것에 비해 좀더 뚜렷했다.
도매업과 소매업을 비교해 보면 도매판매 감소폭이 더 크고 도매재고 증가율은 더 높다. 민간소비는 전년비 3%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비주거용 고정투자나 수출 등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고순환지표와 재고율을 종합해 볼 때 현재 미국 도소매업은 재고 부담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가 향후 본격 회복세를 보임에 있어 걸림돌이 될 소지가 크다. 미국은 민간소비보다는 고정투자나 수출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 FRB 금리 인상을 목전에 둔 점, 달러화 강세 압력, 그리고 해외에서의 저조한 수요 증가세 등을 종합해 보면 재고 부담을 정리하고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띠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은 산업생산 증가율이 5~6 월 2 개월째 반등했는데, 이와 함께 재고 증가율도 6 월에는 반등했다. 기저효과가 중국 산업재고 전년비 증가율의 추가 하락에 우호적인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6 월 재고 증가율의 반등은 5~6 월 산업생산 회복에 따른 부작용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았을 재고 증가와 아직 수요 개선이 약하다는 경제 환경적 요인이 결부된 결과, 중국의 재고 조정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보인다. 제조업 PMI 가 7 월에 반락한 것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하반기 중국의 국내외 수요는 상반기 대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중국 재고 사이클 회복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만 수요 회복에 적극적 재고 조정이 동반되기보다는 공급 확대경쟁이 여전할 것으로 보여, 재고 부담의 조정은 원활하지 않을 전망이다. 과잉 공급능력을 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하든지 수요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중국의 재고 부담이 가벼워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올해 들어 재고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고 조정에 적극적인 모습이며, 화학, 기계, 섬유, 전기장비, 비금속광물 등 다수의 업종에서 생산 조정과 함께 재고 조정이 동반되고 있다. 반면 IT 와 자동차는 생산 조정에도 불구하고 재고 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생산은 줄였지만 해외로부터의 수입 감소가 미약하거나, 수요 자체가 다른 품목들에 비해 더 약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이유이건 IT 와 자동차는 다른 섹터 대비해서 상대적인 수요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중국향 IT 및 자동차(부품) 수출에는 한동안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