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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취업-창업

'동네상권'에서도 창업 성공할 수 있다


[자투리경제=박영석 기자] 최근 ‘상권’을 바라보는 창업자들의 눈이 달라지면서 창업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상권’은 창업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배후 수요와 유동 인구가 많고 가게가 몰려 상권이 탄탄하게 형성된 일명 ‘A급 상권’은 높은 자릿세에도 꾸준히 창업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맞물려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매출의 크기보다 운영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B급 동네상권’에서 창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식자재 해외 유통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종호(47) 씨는 지난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창업 성공 여부에 따라 생계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던 그는 보다 오래 운영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고르기 위해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이씨가 아이템을 찾으면서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강남 또는 홍대와 같은 대형 번화가 외 상권에서도 꾸준히 운영을 할 수 있을 것, 유동인구 대신 배후 수요가 충분할 것, 유행에 민감한 아이템이 아닐 것이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 개월 간 시장 조사를 한 결과 이 씨는 올해 1월 서울 광장동에 이자카야 프랜차이즈인 ‘청담이상’ 워커힐점을 오픈했다. 청담이상 워커힐 점이 자리한 자리는 광진구에서 경기도 구리로 넘어가는 길목으로 큰 도로와 아파트가 대부분인 곳이다. 상권이랄 게 없는 곳이지만 뒤집어 보면 유사 업종이 없어 나름의 ‘블루오션’인 셈이었다. 이 씨는 “정통 이자카야는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이기 때문에 처음 자리를 잡는 기간만 잘 버텨내면 오히려 번화 상권보다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맛과 서비스 품질 향상?유지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당연하다. 이 씨는 결국 오픈 이후 첫 월 매출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통닭 프랜차이즈 브랜드 오늘통닭 하계점을 운영하는 김승환(33)씨도 비슷한 경우다. 김 씨는 임대아파트가 주를 이루고 있고 먹자 상권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장소에 창업을 했다. 해당 매장이 있는 자리에는 원래 20여년 간 운영된 모 피아노 대리점이 있었지만 영업 부진에 시달리다 문을 닫았다. 김 씨는 이 자리에 ‘통닭’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들어와 5년째 매장 운영을 지속하고있다. 해당 상권 주요 소비자인 거주민 중 40대 이상 중?장년층 비율이 높다는 점을 노린 결과다.


이들의 사례는 관계 업종의 절망적인 상황과 비교된다.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내놓은 생활밀접형 자영업 43개 업종 중 주점의 3년차 폐업률을 60% 안팎으로 늘었다. 역시 지난해 KB 금융지주 연구소는 치킨집 창업 후 3년 이내에 휴?폐업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깝다는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A급 상권을 고수하던 창업자들이 유동인구가 적고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동네 상권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상권일수록 매출 단위가 높지만 부담해야 하는 부동산 비용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비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져 발생하는 위험 부담 역시 크다. 이를 피해 유동인구가 적은 대신 거주민이 많은 동네 상권을 선택해 각 지역에 맞는 아이템을 선별하는데 골몰하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에 맞춘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닭발 음식점 본초불닭발은 1호점부터 도심 상권을 고집하지 않고 동네상권을 공략했다. 배달만 하는 미니 점포 창업도 허용했다. 불닭발이 기호가 뚜렷이 갈리는 마니아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해 오돌뼈, 닭날개, 해물만두, 주먹밥 등 다양한 메뉴 개발을 통해 매출을 다각화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마마는 전문가로 구성된 상권 분석팀을 운영해 굳이 대로변 상권이 아니더라도 매출이 높을 가능성이 있는 동네 상권을 개발하여 가게를 오픈 시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창업 시장에서 가치를 크게 인정받지 못했던 동네 상권이 경기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공략지로 떠올랐다. 개발 여지가 많은 상권인 만큼 당분간은 이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