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윤영선 SNS에디터] 중산층과 빈곤층, 그리고 고소득층은 통상 소득을 기준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중위소득값의 50%를 중산층과 빈곤층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4인 가족의 중위소득이 375만원이므로, 이 기준대로라면 187만원이 중산층과 빈곤층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187만원보다 1만원이라도 더 벌면 중산층이고, 1만원이라도 적게 벌면 빈곤층이 되는 셈이다. 계층을 나누기 위해 특정값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한편 중산층과 그 위의 고소득층을 나누는 기준은 중위소득값의 150%이다. 따라서 4인 가족 기준으로 563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고소득층에 해당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이 가운데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재무현황과 생활방식, 가치관 등을 설문을 통해 비교분석해 보았다.
우리는 모두 빈곤층? 계층 하향인식 뚜렷!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자기가 속한 계층에 대한 소속감이 매우 낮았다.
중산층의 경우 자기가 중산층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9.8%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79.1%)은 자신이 빈곤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층에 대한 하향인식은 고소득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고소득층 중에서 자기가 고소득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96.1%는 자신이 고소득층보다 낮은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소득층의 49.1%, 즉 2명 중 1명은 자기가 빈곤층에 해당된다고 응답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실제 자기가 속한 계층보다 자신을 낮게 생각하는 ‘계층에 대한 하향인식’ 경향을 가지고 있다.
중산층 하단의 경우 빈곤층과 맞닿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빈곤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이 65.4%(2014년, 가처분소득 기준)에 달할 정도로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넒은 점을 고려하면 중산층 내에서도 계층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의 중산층, 그러니까 10명 중 8명의 중산층이 자신이 빈곤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 기준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가 통계청의 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억원 미만의 순자산을 보유한 중산층의 비율이 29%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산층의 체감 빈곤율은 지나치게 높다.
고소득층의 44%가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5억원이 넘고, 3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비율도 69%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빈곤층이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이 50% 가까이 이르고 있는 점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의 기준이 지나치게 상향평준화 돼 있음을 시사한다.
고소득층이 중산층보다 금융자산 2.5배 많아
고소득층의 금융자산은 중산층보다 2.5배 많았다. 고소득층의 금융자산 평균은 1억원을 훌쩍 넘겨 1억 2,838만원이었고, 중산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평균은 5,176만원이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규모차이는 연령대별 구분에서도 뚜렷했다. 30대 중산층의 금융자산 보유금액은 평균 3,500만원이었고, 30대 고소득층이 보유한 금융자산 평균은 이보다 4,000만원 이상 많은 7,600만원(2.1배)이 넘었다. 40대 이후부터는 금융자산 규모의 차이가 더욱 벌어져, 40대의 경우 이 차이가 2.6배에 달했고 금액으로는 9,000만원 가까이 벌어졌다(40대 고소득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1억 4000만원이었다). 결국 소득이 쌓여 자산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이 높을수록 보유한 자산 역시 많아지고 있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확인한 셈이다.
중산층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보유한 금융자산이 조금씩이나마 많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연령대별로 꽤 큰 편차를 보이면서 특별한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중산층은 계층 특성상 소득의 규모가 특정 구간대로 제한돼 있는 만큼 아무래도 자산의 크기 역시 서로 편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소득이 상대적으로 천차만별일 수 있는 고소득층은 자산의 편차도 가구간, 연령대간 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자산의 구성에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보였다.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예∙적금 등 은행권 상품의 비율이 40%를 넘기며 가장 많은 것은 동일했지만,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는 적었다. 대신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을 포함한 증권사 상품은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고소득층이 금융자산 규모가 크고, 수익률 등에 민감하여 분산투자 및 자산배분 차원에서 보다 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축의 목적은 모두 노후대책
자산을 모으는 첫 번째 방법은 저축이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각각 소득 중 19.6%와 26.3%를 저축하고 있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고소득층의 경우 저축률이 30%를 넘기는 등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30대의 저축률이 가장 높았다. 30대는 아직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거나, 아이가 있더라도 본격적으로 교육비 등이 들어갈 시기가 아니어서 타 연령대 대비 상대적으로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저축률은 조금씩 떨어졌다. 그래서 중산층의 경우 50대의 저축률이 18.5%로 가장 낮았고, 고소득층은 40대가 23.7%로 가장 낮았다. 젊은 층일수록 자녀 양육이나 교육, 혹은 노후 부모에 대한 지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타 연령대보다 더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산층의 경우 비록 나이가 들수록 저축률이 조금씩 낮아지긴 했지만, 소득규모의 차이가 크지 않은 계층인 만큼 연령대별 저축률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저축률이 가장 높은 30대와 가장 낮은 50대의 차이가 2%p에 불과했다. 반면 고소득층은 연령대별로 저축률의 편차가 비교적 심했다. 고소득층 중에서 저축률이 가장 높은 30대와 저축률이 가장 낮은 40대의 차이가 10%p에 가까웠다.
저축의 목적은 중산층과 고소득층 공히 노후대책이 1순위였다. 특히 고소득층은 저축의 목적으로 노후대책을 꼽은 비율이 72.4%에 달해 중산층의 56.5%보다 훨씬 높았다. 대신 중산층은 주택관련 비용마련이나 자녀교육비 마련, 부채상환 용도 등의 분야에서 모두 고소득층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중산층의 소득이 고소득층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다양한 용도를 고려하고 저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고소득층은 다른 용도로 충분히 소비한 이후 남은 돈을 저축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돈의 용도는 자신의 먼 미래를 위한 노후대책 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은 먹는 것, 고소득층은 아이교육이 먼저
소비 분야 중에서는 중산층과 고소득층간에 우선순위가 달랐다. 소비항목 중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으로 중산층은 식비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지만, 고소득층은 자녀 교육비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어쩌면 소득의 크기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중산층이나 고소득층 모두 생존에 필요∙긴급한 식비를 우선적으로 지출할 테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중산층은 자녀 교육비에 대한 투자 여력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비에 가장 많이 지출하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반면, 고소득층은 소득의 절대규모가 크기 때문에 식비에 지출한 이후에도 교육비에도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교육비에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다’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식비와 함께 역시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주거비에서도 고소득층보다는 중산층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다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생존과 직결된 것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지출할 수 있는 여행, 문화공연 관람 등 여가비에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다는 사람은 고소득층에서 더 많았다.
지출항목 중 부채상환에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평균적으로 각각 36만원과 49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었다. 고소득층이 13만원 가량 더 많이 지출하고 있었는데, 소득의 크기는 곧 부채상환 능력이나 일으킬 수 있는 부채의 양과 직결되는 만큼 고소득층이 아무래도 더 많은 금액을 부채상환에 쓰는 것으로 보인다.
30대 고소득층의 경우 한 달에 부채상환에 65만원을 지출한다고 응답해 유독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었다. 고소득층의 그 외 연령대와 중산층의 각 연령대는 모두 평균과 유사한 수준의 금액을 지출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아무래도 부채규모는 점차 줄기 마련이어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을 부채상환에 쓰고 있었다.
중산층 30대 노후준비에 가장 취약
노후준비에 있어서는 30대 중산층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보면 중산층이 48.7%로 2명 중 1명 가까이 됐고, 고소득층은 26.7%가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소득이 많은 고소득층이 노후준비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30대의 중산층의 경우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는 사람이 53.7%에 달해 절반 이상이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었다. 소득의 여력이 없는 탓도 있지만, 노후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40대와 50대 중산층의 경우도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다는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어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이들의 경우 계속해서 노후준비를 미룰 경우 생계가 막막한 상태에서 은퇴에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26.7%의 고소득층만이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연령대별로도 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중산층 4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보다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낮아 중산층 내에서는 그나마 노후준비에 신경을 쓰는 계층이었지만, 고소득층 40대는 오히려 다른 연령대보다 노후준비를 안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아 고소득층내에서 가장 노후 준비를 안하는 계층이었다.
노후준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의 보유에 있어서도 대체로 고소득층이 더 많은 연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만큼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80% 이상이 보유하고 있어, 보유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가 강제하지 않고 개인이 자율적으로 준비하는 사적연금(퇴직연금, 개인연금)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두 계층간 비교적 큰 차이가 있었는데, 퇴직연금의 경우 중산층은 10명 중 5명 정도가 보유하고 있었지만, 고소득층은 10명 중 7명 정도가 보유하고 있었다. 개인연금도 고소득층이 중산층보다 15%p 가량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사적연금은 여윳돈이 있어야 준비할 수 있는 연금인 만큼 고소득층이 아무래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의 15%, 은퇴 후 빈곤층으로 수직하락
비록 현재는 빈곤층이 아니지만 중산층의 39.9%와 고소득층의 15.1%는 노후에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의 노후준비 수준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은퇴 후 소득이 100만원도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현재 2인가구 기준으로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소득의 범위는 132만원에서 398만원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 노후에는 이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도 같은 후생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는 은퇴 전 소득의 80% 정도를 은퇴 후의 적정소득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은퇴 후에는 대략 106~318만원 사이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중산층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곧 대략 1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면 빈곤층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중산층 10명 중 4명, 고소득층의 15%가 은퇴 후에는 100만원의 소득도 올리지 못함으로써 은퇴 후에는 빈곤층으로 수직 하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령대별로 보면 중산층의 경우 전 연령대가 40% 내외의 비율로 빈곤층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40대가 38.2%로 상대적으로 낮긴 했지만, 타 연령대와 비교해 큰 차이는 아니었다. 소득이 제한된 범위에 있는 계층인 만큼 연령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은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고소득층은 연령대별로 비교적 편차가 컸는데, 30대의 21%가 노후에 빈곤층이 될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았고, 40대가 가장 낮은 8.6%를 기록했다. 50대는 17.7%가 은퇴 후 빈곤층이 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경우 노후준비할 절대적인 시간은 부족하지만, 소득이 많은 계층인 만큼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노후준비에 나서야 한다. 보유한 금융자산도 어떤 식으로 노후 소득화할 지에 대한 고민도 미리 해둬야 한다.
고소득층이 노후준비가 부실해서 은퇴 후 빈곤층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중산층처럼 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노후준비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실물자산
중산층과 고소득층간에는 금융자산의 크기와 함께 실물자산 및 생활패턴에도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살고 있는 집의 크기를 보면, 중산층은 평균 31평 가량 되는 주택에 살고 있었고, 고소득층은 이보다 6평 정도 큰 37평 가량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자가비율은 중산층이 61.3%였고, 고소득층은 74.6%였다.
또 다른 실물자산 자동차에서도 고소득층이 좀 더 큰 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형급 이상의 자가용을 보유한 비율을 보면 고소득층이 87.0%였고, 중산층은 62.4%였다. 실물자산이 결국은 소득이 쌓여서 구매가 이루어지는 자산인 만큼 소득과의 비례관계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일상을 보면, 고소득층(59.5%)이 중산층(49.4%)보다 아침을 더 잘 챙겨먹으며, 출근수단으로는 중산층(44.0%)과 고소득층(43.1%) 모두 주로 자가용을 이용했다. 점심값으로는 중산층이 6,180원을, 고소득층이 7,032원을 지출했다.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중산층이 8.1시간, 고소득층이 8.4시간으로 고소득층의 근로시간이 좀 더 많았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전반적인 생활방식의 실제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일은 고소득층이 좀 더 오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을 오래 함으로써 소득이 많아진 것인지, 소득이 많은 일이 오랜 근로시간을 요구하는 것인지는 좀 더 심도 있는 설문과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고소득층일수록 경제에 관심이 많고, 사교육비 지출 커
신문, 도서, 잡지 등 인쇄매체를 읽는 시간은 고소득층이 전 연령대에 걸쳐 중산층보다 조금 많았다. 주로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분야의 경우 고소득층은 경제분야가 압도적인 1위였지만, 중산층은 경제와 사회가 유사하게 나왔다.
일 평균 인쇄매체를 읽는 시간을 보면 중산층은 23분 가량이었고, 고소득층은 28분 정도였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고소득층이 인쇄매체를 더 많이 읽는 건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이었다. 40대 고소득층은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오래 인쇄매체를 읽고 있었지만, 거꾸로 40대 중산층은 가장 짧게 읽고 있었다.
인쇄매체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분야는 중산층과 고소득층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고소득층의 40.9%가 경제를 가장 관심있게 본다고 응답해 경제분야가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중산층은 경제 못지않게 사회분야에도 큰 관심을 표했다. 중산층은 경제와 사회를 각각 29.5%의 비율로 동일하게 선택했다. 경제에 대한 관심과 소득의 크기에 있어 비례관계가 성립하고 있는 것인데,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외 고소득층은 스포츠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중산층은 연예에 더 많은 관심을 표했다.
인쇄매체는 고가의 상품이 아니고, 다양한 품질의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를 읽는 것은 계층간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위당 지출규모가 크고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가 존재하는 사교육은 다르다. 중산층이 자녀 1인당 평균 37만원의 사교육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60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어 비교적 차이가 컸다. 아직 자녀가 어린 30대에서는 그 차이가 10만원이 안됐지만, 사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40대와 50대에서는 그 차이가 20만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소득에서 발생하는 삶의 여유
자기관리나 여가생활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고소득층이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자기관리나 여가생활 모두 시간적 여유와 함께 경제적 여유도 뒷받침돼야 하는 가능한 영역인 만큼 소득과의 관련성은 꽤나 높았다.
1주일에 얼마나 운동하느냐 물었을 때, 중산층 평균 1.2회 한다고 응답했고, 고소득층은 평균 1.8회 한다고 응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운동횟수가 증가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중산층의 51.6%는 운동을 전혀 안하고 있다고 응답해 중산층 2명 중 1명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고소득층이 운동을 전혀 안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6.2%였다.
여가생활 측면에서도 소득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다.
최근 3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횟수를 묻는 질문에 중산층은 채 1회가 되지 못한 반면에 고소득층은 2회에 가까웠다. 40대의 경우 중산층(0.7회)과 고소득층(2.0회)간의 간격이 유독 크게 벌어졌다. 해외여행이란 것이 비교적 큰 금액이 소요되고 시간적 여유도 많아야 가능한 만큼 고소득층이 많이 다녀오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향은 문화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고소득층이 중산층보다 더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평균적인 문화공연 관람횟수가 중산층은 한 달간 1회가 되지 못했고, 고소득층은 1.4회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40대에서 간극 가장 커
생활이란 것은 결국 재화의 소비행위와 다름없다. 따라서 계층간 혹은 가구간 발생하는 생활방식의 차이는 결국 보유한 재화의 양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중산층과 고소득층간 발생하는 생활방식의 차이는 결국 이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딱히 재화의 양이나 물질의 크기와 상관없는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두 계층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산층은 가정의 안녕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고소득층은 가정의 안녕과 함께 일상의 즐거움을 비슷한 비율로 꼽았다. 경제적 풍요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비율은 중산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많았고, 자아실현과 사회적 성공을 꼽는 비율은 고소득층이 더 많았다. 물질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인 만큼 물질과 관련성이 높은 ‘경제적 풍요’나 ‘가정의 안녕’같은 항목을 선택한 비율이 아무래도 적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물질 크기의 차이가 정신적인 영역에까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고소득층 40대는 가정의 안녕 대신 일상의 즐거움을 가장 많이 선택한 유일한 계층이었다.
40대 고소득층은 이 외에도 앞서 언급한 해외여행 경험횟수, 인쇄매체 읽는 시간, 노후준비율에서는 최고였고, 저축률과 예상 노후 빈곤율은 최저로 나타나는 등 유독 눈에 띄는 설문결과를 많이 보여주었다. 반면 40대 중산층은 40대 고소득층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30대서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중산층과 고소득층간의 간극이 40대에서 극대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보수성향이냐 진보성향이냐’묻는 질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에서 ‘진보적이다’란 응답이 더 많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소득이 많으면 오래 살고 싶다?
소득의 차이가 삶의 지속욕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소득이 더 많은 고소득층이 중산층보다 더 오래 살기를 바랬다.
살고 싶은 희망 나이를 물었더니 고소득층은 평균 84.6세를, 중산층은 82.7세로 응답해 2살 정도의 차이가 났다. 고소득층이 더 오래 살길 바라는 것인데, 어쩌면 이는 이번에 설문에 한정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연령대별 비교에서도 모두 고소득층이 더 오래 살기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더라도 비록 수치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중산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오래 살길 바란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이 아무래도 좀 더 여유있고 풍족한 삶을 살다보니 오래 살고 싶은 욕구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인다.
선호하는 직장을 묻는 질문에는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제일 많이 꼽았지만,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꼽아 좀 더 진취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산층은 대신 연봉 많이 주는 회사, 업무강도가 낮은 회사, 자기 시간 많은 회사 등을 더 많이 꼽았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율은 65.4%이고, 고소득층의 비율은 20.2%다. 주변의 10명 중 6~7명이 중산층일 정도로 중산층은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해 평범함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재무현황이나 생활패턴, 사고방식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NH투자증권 서동필 수석연구원(seodp@nhwm.com)은 "중요한 건 현재의 차이에서 느끼는 왠지 모를 상실감이나 묘한 우월감이 아니라 미래의 행복"이라며 "사실 생활방식의 차이와 소득의 크기간에 있어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는 좀 모호하기도 하고 분야별로 인과관계는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그래서 좀 더 안정된 삶과 착실한 노후준비를 위해 경제관련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간다면 미래의 행복은 좀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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