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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경제 집테크 정보] 한 주택, 두 가구를 위한 리모델링…'맞춤형 주택'은 훨~씬 편하다

[자투리경제=윤영선 SNS에디터]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추는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한 주택. 적벽돌로 외관을 마감한 다른 집들과는 달리 새하얀 벽돌과 주황색 지붕 그리고 잘 정돈된 잔디밭이 누가 봐도 ‘새로 지은 집’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집은 불과 얼마 전까지 바로 옆 주택처럼 건축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은 낡고 평범한 주택이었다.

이 집의 변신은 지금으로부터 딱 일 년 전, 이순덕(46)·이미옥(41) 자매가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좁은 대문과 높은 담벼락은 사라지고, 낮은 펜스 뒤로 훤히 보이는 마당과 뒤뜰 텃밭이 생겼다. 지붕 위 커다란 물탱크는 다락방으로 바뀌었고, 쓰레기통이 있던 자리는 한 살배기 골든 리트리버 ‘달이’의 집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저희 둘이 친했어요. 5남매 중 넷째, 다섯째라 그런지 몰라도 항상 함께하는 게 익숙했죠. 각자 아파트에서 살다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 주택을 알아보면서 두 가족이 함께 살아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언니 순덕 씨는 원래 경기도 부천시의 아파트에 살았다. 그러다 친한 지인들이 일산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자녀교육 환경도 환기시킬 겸 일산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미옥 씨도 같은 단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자주 왕래했다. 하지만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장점보다 단점이, 그것도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단독주택 리모델링 사례를 보면 50% 정도는 주택 가치 상승과 임대 수익의 증대를 노린 투자형 리모델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20~30대의 젊은층이 비싼 아파트 대신 저렴한 가격의 노후 주택을 구매해 셀프 리모델링으로 신혼 주택을 마련하거나, 부모-자식 혹은 형제, 자매간 다가구가 함께 살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사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층간소음이었어요. 방음이 잘 안되는 것은 오래된 아파트라 어느 정도 감안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웃은 정말 난감하더라고요. 그것도 연달아서 말이에요. 1년에 두 차례나 이사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형부는 잘 때 귀마개를 끼지 않으면 잘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언니네 문제도 심각했지만 눈만 뜨면 딸 수아(7)에게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 야단을 쳐야 하는 미옥 씨도 스트레스가 쌓여 갔다. 또 모전여전으로 앓고 있던 천식이 갈수록 심해지자 마당이 딸린 주택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 두 자매의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바꿀만한 사건이 생겼다.

“1년 사이에 아파트 전세가격이 수천만원씩 올랐어요. 집값이 1억이상 오르니 전세가 오를 수밖에요. 저희 집은 물론 동생네 집도 마찬가지였죠. 집주인들도 덩달아 들썩이는 판국이니 별 수 없더라고요. 더 올려주거나, 나가거나 둘 중 하나였죠.”

부동산 관련 일을 하던 미옥 씨가 여러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지금이 주택 구입 최적의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언니와 상의 후 두 가족이 함께 살만한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주택 구매와 업체 선정은 ‘발품’이 필요하다

집을 구매하는데 금액적으로 큰 부담은 없었다. 두 집의 아파트 전세금을 계산해보니, 살던 집의 건너편 정발산동 주택단지 매물을 구입
할 여력이 충분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언니네 부부와 지방 근무 중인 남편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미옥 씨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들이 정한 조건은 단순히 좋은 위치에 있거나 가격이 싸다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언니네는 수면 방해는 물론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큰딸 때문에 조용하면서 방음이 잘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작은딸의 소원도 조건에 포함됐다.

동생네는 무엇보다 집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마당이 있는 친환경적인 주택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웠다. 발품을 팔아가며 이집 저집 다녀봤지만, 입맛에 딱 맞는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미옥씨는 계획을 전면수정했다.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갖춘 집이 아니라 리모델링하기에 적당한 집을 찾기 시작한 것. 그러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저희가 원하는 조건들이 구현 가능한 지 분석했어요. 아파트는 천편일률적이지만 주택은 비슷한 외관임에도 내부 구조가 서로 달라 꼼꼼히 살펴봐야 했죠.”

그렇게 결정한 집은 주택 앞뒤로 여유 공간이 있는 대지 231㎡, 연면적 248㎡의 2층 주택이었다. 건물 외에 여유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뛰어놀고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또한 위치도 큰 도로에서 가까우면서 U자로 막힌 골목 끝에 있어 차들이 속도를 내기 힘든 곳이었다. 가격도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이제 믿고 맡길 수 있는 리모델링 건축사무소를 고를 차례였다. 몇몇 업체를 통해 견적도 받고 포트폴리오 시안도 받았지만 미팅이 거듭될수록 답답함이 커졌다. 큰 상가나 빌딩처럼 큰 공사가 아니다 보니 업체가 소홀히 대하는 느낌도 있었다. 결국 서른 군데 정도의 미팅을 마친 후에야 전원주택과 단독주택 실적이 많은 업체를 선택하게 됐다.

“건축사무소들의 실력은 상향평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제안한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대부분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사람이 사는 집을 짓는 일은 마음과 정성이 중요하잖아요. 담당자와 여러 차례 미팅을 통해 마음이 맞는 업체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미옥 씨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한 가지 과정을 더 거쳤다. 업체가 시공한 집들을 찾아가 건축주들을 만난 것. 시공사의 소개를 받아 만난 사람들 대부분 ‘이 업체라면 믿고 맡길 만하다’고 했다. 본인의 선택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 더해져 업체를 결정한 뒤, 비로소 ‘한 주택 두 가구’를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던 미옥 씨는 자신이 원하는 콘셉트를 준비해 시공 책임자에게 미리 전달했다. 업체는 건축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했고, 공사 시작 이후에도 매일 진행 상황을 보고해주었다. 덕분에 조그만 문제가 발생해도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수정을 요청하고, 재시공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건축주들이 집을 고르고, 업체를 선정하는 데만 공을 들이고 그 뒤로는 ‘시공사가 알아서 하겠지’란 생각을 하면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귀찮더라도 매일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원하는 데로 공사가 진행되고 시공도 제 때 끝마칠 수 있습니다.”

한여름에 시작한 공사는 별 문제없이 진행되어 12월 추위가 시작할 때쯤 마무리됐다. 이삿날을 상의하다보니 마침 두 가족이 모두 여유로운 때가 크리스마스였다. 덕분에 이사는 모두에게 성탄절 선물이 되었다. 이사에 앞서 마당에는 고운 흙과 잔디를 깔았고, 대문 뒤편에 강아지 집도 마련했다.

맞춤형 주택으로 장점은 늘리고, 단점은 줄이고

이삿날 당일, 제일 신이 난 건 역시 아이들. 미옥 씨네 귀염둥이 수아는 마당과 거실, 계단이 마치 놀이터인 것처럼 신나게 뛰어놀았다.

마음껏 피아노를 쳐도 되는 순덕 씨네 큰딸은 그동안 아껴뒀던 연주 솜씨를 아낌없이 선보였다. 소원이었던 강아지를 키우게 된 둘째는 추운 날씨에도 강아지 집 앞을 떠날 줄 몰랐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집을 구하고 고치고 이사하는데 들어간 총 비용은 5억원 중반 정도예요. 두 집 전세금으로 충분했죠. 리모델링 비용은 주택의 가치 상승으로 충분히 보전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를 놓고 나갈 생각은 없지만 근처 부동산에 문의해보니 비슷한 크기의 근처 주택 전세가 8천만~9천만원 선인데 비해 저희 집은 2억원 이상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공간은 34평형 아파트에 살 때와 큰 차이가 없지만 거실과 이어진 마당(1층 동생네)과 아이들의 공간인 다락방(2층 언니네), 그리고 뒤뜰에 만든 텃밭 덕분에 도심의 편리함 속에서 전원생활의 즐거움도 조금이나마 만끽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게 제일 좋아요. 특히 수아는 친구들을 초대해 ‘우리 집은 맘껏 뛰어놀아도 혼내는 사람이 없다’고 자랑한답니다. 수아 친구들도 물론 좋아하고요. 두 번째는 건강을 되찾은 거죠. 이번 겨울을 보내면서 천식으로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예전 같으면 우리 모녀가 고생 꽤나 했을 텐데. 시공사의 추천으로 선택한 편백나무 벽지 때문인지, 텃밭을 가꾸면서 외부활동이 늘어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밖에도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홈 쉐어링(숙박 공유) 에어비앤비(Airbnb) 호스트로 활동하면서 가끔씩 집을 비울 때 마다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평소 딸아이와 자주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남편은 주말에만 집에 오니까 평일은 집이 빌 때가 종종 있죠. 그럴 때는 킨텍스(KINTEX)
에서 열리는 세미나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집을 빌려주곤 합니다. 여행비를 충당하는 셈이지요.”

호스트 및 외국인 손님 안내와 응대, 관광지 소개 등은 조카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순덕 씨는 “아이들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 영어로 대화하다보니 실전 영어 경험도 많이 얻는 것 같다” 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또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아파트 시절과는 달리 매일 마당에 나가 달이를 산책시키고 청소도 하면서 동네사람들과의 교류도 늘었다.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자매에게 단점을 묻자 한참 뜸 들인 끝에 나온 답이 ‘경비 아저씨가 없다는 것’이었다. 밤늦은 시간에 여자들만 있을 때는 치안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웃들과 친해진 후에는 늦은 시간에도 도움 청할 곳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다고. 또 다른 단점은 텃밭이나 잔디밭을 가꾸는데 예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점을 꼽았다.

시공을 담당한 신성이엔씨 건축의 안토니오 문 대표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 ‘두 가구의 독립성 확보’라고 말했다. 형제 혹은 자매, 부모-자식이 함께 살기 위해 전원주택을 구입해 리모델링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좋지만 결국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오히려 떨어져 사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미옥 씨 역시 다가구가 한 집에 살려면 독립성이 확보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자녀들의 나이차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래야죠. 수아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깔깔대며 뛰어놀 나이지만 조카들은 이제 곧 대입 준비를 해야 할 때니까요.”

도심권 내 단독주택 단지를 리모델링해 얻는 장점은 도심 생활의 혜택을 누리면서 여유 공간을 활용한 전원생활의 이점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치솟는 전세가에 대한 걱정도 줄이고,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골목처럼 이웃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역시 아파트에서는 얻기 힘든 보너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