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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투라이프

[자투리경제] 여성의 노후준비, 남성보다 저축과 투자에 더 신경써야 한다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 외출하고 돌아온 아내가 남편에게 말한다. 친구가 부엌 인테리어를 다시 했더란다. 새로 한 싱크대와 수납장, 식탁은 어땠는지,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 편리하더라는 둥 시시콜콜 남편에게 설명했다.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한마다 툭 던진다. “그럴 돈 없어.” 그러자 아내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난데없이 무슨 소리에요?”라고 남편에게 되묻는다.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남편은 아내 말뜻을 ‘우리도 부엌을 바꾸자.’로 해석했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 그냥 친구네 집에서 겪었던 즐거운 경험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언어학자 데보라 타넌(Deborah Tannen)은 여성은 대화 자체가 목적이며, 그 자체를 즐긴다고 지적한다. 반면 남성에게 대화는 어떤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이다.
 
남자와 여자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만 다른 게 아니다. 몸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영양제도 남녀별로 따로 나오기도 한다. 갱년기의 변화도 남자와 여자가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많이 걸리는 질병도 조금씩 다르다.

당연히 육체적 정신적 건강관리 방법도 남녀별로 달라져야 한다. 은퇴준비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별도의 처방이 필요한 이유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성보다 여성이 은퇴준비에 어려움이 더 크다. 왜 그럴까.
 
# 금성녀, 화성남 보다 일하는 기간이 짧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돈 버는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영리 공적연금인 TIAA(Teachers Insurance and Annuity Association)에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평생 일하는 기간이 남성은 38년인데 비해 여성은 9년 짧은 29년이다.

이 가운데 5.5년은 육아 때문에, 1.2년은 어른을 돌보기 때문에 벌어진 격차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2백만 명에 육박한다.

 
성별 소득격차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5만원을 벌어들인다. 남성보다 일하는 기간도 짧고 소득도 적으니, 그만큼 노후를 대비한 저축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 금성녀, 생활비와 말년 의료비 부담 더 크다
 
문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노후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남성보다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배우자가 사망하고 나서도 8~9년 정도 혼자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2015년 생명표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60세 동갑내기 부부의 경우, 아내가 남편보다 오래 살 확률은 2/3나 된다. 그만큼 여성은 홀로 살 때를 대비해 주거비나 식비와 같은 필수 생활비를 더 마련해야 한다.
 
여성은 의료비도 든든히 대비해 둬야 한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65세 이후에 지출하는 의료비가 남성은 5천1백만 원, 여성이 6천8백만 원으로, 1천7백만 원이나 더 많았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은 초고령기인 85세 이후 의료비 8백만 원을 지출하는데 반해, 여성은 그 두 배인 1천 6백만 원을 지출한다. 거기다 말년의 남성은 여성인 아내에게 돌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혼자 남겨진 아내는 타인에게 의탁해야 한다. 이 때 추가적으로 드는 돌봄 비용은 마치 주거비처럼 매월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가 될 수 있다.
 
# 금성녀, 화성남보다 투자를 멀리한다
 
위험회피 성향에서 오는 차이도 있다. 여성은 보유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원금을 지키려는 성향이 더 크다. 투자여력이 충분한 경우에도 투자를 더 멀리하다보니, 여성은 은퇴할 때 손에 쥐는 노후자금이 남성에 비해 더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은퇴를 앞둔 직장인 9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여성이 원금손실을 더 싫어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금융자산 투자를 하지 않거나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물어봤더니, 여성은 ‘원금손실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7.4%로 가장 많았다. 반면 남성은 ‘투자할 자금이 없다’는 게 40.9%로 가장 많았다.
 

행동 경제학의 연구를 보더라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같은 투자기회를 갖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이익을 볼 가능성을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F. Loewenstein)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사람들이 확률의 문제, 즉 리스크를 따질 때 감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때 여성은 남성보다 두려움과 긴장과 같은 감정을 더 생생하게 느끼기 때문에 이익 가능성을 더 낮게 보고, 결국 투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 여성들, 노후준비 따라잡기에 나서자
 
그렇다면 여성은 은퇴준비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 해야 할까? TIAA의 연구에 따르면 근로기간, 소득수준, 투자행동에서 성별 격차를 그대로 둔다면, 은퇴준비를 위해 남성이 소득의 10%를 저축할 때 여성은 소득의 18%를 저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80%나 더 저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보다 일하는 기간이 짧고 소득이 낮은 점은 의식적으로 더 많이 저축하는 것으로 격차를 좁힐 수밖에 없다. 먼 훗날 홀로 살 기간의 지출이 만만찮다는 점은 평생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이나 종신연금을 충분히 확보해두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성은 투자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도 있다. 여성은 투자를 실행하기 전에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또한 한번 투자하면 단기적인 투자시장의 잡음에 좌우되지 않고 처음 가진 투자신념을 지킨다.

캘리포티아 주립대학 데이비스의 브래드 바버(Brad Barber)교수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의 터랜스 오딘(Terrance Odean)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자기과신(Overconfidence)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매매를 하지 않아서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단 투자 하면 여성이 가지는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글: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자투리경제 (http://www.jatu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