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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생활정보

외환시장 게임 메이커로 등장한 위안화

 

[자투리경제=이현경 기자]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는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가 있었다. 10년만의 변화였고 예상치 못했기에 국내 원화, 말레이시아, 인니,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이거니와 호주와 브라질까지 주요 신흥국들의 환율이 요동쳤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20여년전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가 있었다. 최근 신흥국들의 환율 약세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 역시 무시 못할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지난 1994년을 돌아보면 미국의 금리인상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보다 한 달여 이른 시점에 단행된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를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전까지 중국의 환율제도는 기업간 외환거래를 통한 조절환율(시장환율)과 정부가 정하는 공정환율이 동시에 운영되는 이중환율제도로 운영됐다. 당시 무역의 대부분은 조절환율을 통해 거래했다.

18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막대한 서방 자본이 본격적으로 중국으로 유입되자 시장환율과 공정환율 간의 격차가 확대됐고 중국 정부가 수출에 개입한다는 국제적 비난이 일어났다. 결국 94년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조절환율과 공정환율을 일원화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달러당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일시에 위안화 환율이 급등하였다. 이러한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중국의 무역수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금이야 명실상부한 G2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이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전세계 GDP의 5% 남짓한 수준에 이제 막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변방 신흥국 중 하나에 불과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주변국들에 끼치는 영향은 지금보다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겹쳐지며 신흥국의 경기 부진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는 당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이후 90년대 초중반에는 멕시코와 브라질과 같은 중남미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부추겼고, 좀더 길게 보면 97년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94년 초반 중국의 위안화 급락 이후 멕시코 페소 환율도 200% 가까이 절하됐다.

위안화 절하가 아시아 통화가치의 동반 약세를 유도하는 반면 엔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며 엔/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향후 가처분소득의 감소를 야기할 잠재적인 위험도 있어 그 동안 엔화 약세를 이끌어 온 BOJ의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점차 제동이 걸릴 소지를 남기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신흥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가뜩이나 미일간 금리차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엔/달러 환율과 맞물려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미국과 일본의 양국간 금리차에 비해 최근 엔/달러 환율은 지나치게 오른 측면도 있다. 아무래도 글로벌 절대 저금리로 인해 풍부한 유동성의 이동이 엔화 약세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자금이탈도 진행되고 있다. 물론 현실화 여부는 글로벌 환경을 좀더 확인해야 할 사안이지만, 캐리 트레이드 청산위험은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엔화를 강세로 만들 수 있는 변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전후로 엔화와 아시아 통화의 방향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미국 금리인상 직전까지는 이에 대한 경계감으로 엔/달러가 상승하지만 이후에는 미달러 강세 선반영과 신흥시장 불안정으로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시아 주요 통화는 미국 금리인상 이후에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약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엔화의 경우 9월 전후로 126엔/달러 정도에서 고점을 형성한 이후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며, 아시아 통화는 상대적인 약세가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오늘날 신흥국들은 지난 90년대 작용했던 고정환율제나 페그제 등을 버리고 시장 충격을 바로 반영하는 변동환율제로 대부분 전환하였다. 그리고 지난 두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외환보유고도 상당수 축적한 상태다. 지난 90년대에 비해 환율 충격에 따른 완충장치가 상대적으로 견고해진 셈이다.

그렇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신흥국 전반의 통화 약세 흐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9월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이 대기해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이탈 우려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 향후 6개월 정도 위안화가 추가적으로 6~7% 절하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결국 주변국들의 환율전쟁 불안감이 가중되는 한편 국내경제가 저성장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남은 기간 동안 1,200원선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구간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엔화 환율의 하락 압력과 위안화 절하의 틈새에 낀 원화 환율은 눈치를 보며 변동성이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감과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 속도 조절 등으로 원화 환율이 기간조정을 거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 및 위안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상방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한대훈 연구원은 "이에 따라 당초 1165원과 1130원으로 제시했던 올해 3/4분기 및 4/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을 각각 1175원과 1200원으로 올린다"리며 "이로 인해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역시 기존의 1123원에서 1143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