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이현경 기자]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2006년 이후 9년만에 연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월까지 4.52% 상승했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아파트값이 4.33% 오르며 2013년 9월부터 2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아파트 누적거래량도 61만 7,631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3.3% 늘었다.
하지만 8~9월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대비 감소세를 보이면서 주택시장의 조정에 대한 불안감 또한 조금씩 커지고 있다.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거래량 둔화로 나타났다고 보는 까닭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는 5만 6,434건으로 전달 8월에 이어 다시 감소했고, 서울지역 거래량은 9,357
건으로 줄었다.
더불어 정부가 예고한 대출규제가 시행되면 수요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거래량 둔화 추세는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부터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급증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와 고용 증가, 소득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 가계는 주거비용을 줄이고, 주거하향이동을 선택하게 된다.
경제 회복이 불투명하고, 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부담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포착되는 최근의 부동산 투자 열기는 ‘과하다’ 싶은 측면이 적지 않다. 몇 가지 지표들을 살펴보자.
9월 기준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0%를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100%가 넘는 낙찰가율을 기록하거나 간혹 시세보다도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국의 주택 인허가 실적과 아파트 분양실적은 9월까지 전년동월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연말까지 아파트 분양공급량이 40만 채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4분기 들어 분양가격도 급등하면서 미분양에 대한 걱정도 늘었다. 실제로 3분기 들어 순위 내 청약이 미달되는 사업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9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는 8월보다 늘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도 잦은 분양권 손바뀜이 나타나며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떨어지는 경우도 포착됐다. 분양권 거래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 투자성 가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인데, 지금의 청약열기나 높은 청약경쟁률과는 달리 입주할 때는 수요 부족과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불안정한 지표들을 이상 과열이나 전조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과거 고점인 2006년 이후의 가격 하락과 시장 침체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전세가율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2006년 12월의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4.7%였고,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이 하락하던 상황이었다.
2015년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2.9%로 치솟았다. 구조적인 만성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집값을 견인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과거와는 달리 높은 전세가격이 집값의 급락과 수요 급감을 방어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는 미분양 주택수의 차이이다. 과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6만 5천여 가구(2009년 3월)까지 늘어났던 미분양 주택은 2015년 9월 말 기준 3만 3천여 가구로 줄었다. 준공 후 미분양이나 대형 미분양 같은 악성 미분양도 크게 줄었다. 따라서 미분양을 처분하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할인 분양이 이어지고,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과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까지 가져왔던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해 주택 공급이 급증했음에도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에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신축 주택이 들려있다는 뜻이다. 분양권 거래시장이 둔화되고,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높아진 전세가격과 과잉공급의 부담을 개인들이 감내하면서,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도 당장 주택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각한 ‘더블딥’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가계의 소득 증가나 주거상향에 대한 기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지금의 시장전망이 계속 유효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주거상향을 위한 사다리를 놓고, 근본적으론 경제 성장을 끌어내는 것만이 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이 될 것이다.
<도움말: NH투자증권 김규정 연구원. 02)768-7363. , kyujung@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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