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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산에 올라 숲을 바라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친환경 신산업 분야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조금더 지켜볼 일입니다

[자투리경제=이현경 기자]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당사자총회에서 새로운 협약이 도출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jj.park@truefriend.com) 연구원이 제시한 내용인데요.

자! 내용을 함 볼까요.

"산업화 이전의 탄소 농도는 275~280ppm으로 1970년의 325ppm, 1990년의 354ppm보다 낮다는 사실이었습니다"(다니엘 예긴스, “2030 에너지 전쟁”, p550~)

기후 변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거나 지구의 기온 상승이 비정상적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제 과학자, 정치인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도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무엇인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기후 환경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시기가 당장 급하냐, 아니다, 시간이 걸린다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사례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입니다.  원래 푸틴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가 러시아에는 오히려 이득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토의 시베리아가 녹으면서 농지나 거주지로 활용할 수 있고 모피코트를 덜 사도 되어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러시아가 지독한 폭염을 겪고 밀 작황의 3분의 1이 피해를 입는 재앙을 겪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기후가 바뀌고 있다. 올해 많은 화재를 겪으면서 이런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2°C 이상 오르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만약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줄이는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2100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무려 6°C가 높을 것이라고 합니다.

빙하기 때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5°C 정도 낮았다고 하기에 6°C가 상승한다면 지구의 기후와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조차 하기 쉽지 않습니다.
먼 미래 같지만 2010년에 태어난 만 5세 아이가 2100년에는 90세 노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즉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전세계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저마다의 계획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에 개별 국가들의 계획이 모
두 이루어지더라도 지구 기온 상승을 2°C 이하로 줄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네요. 다들 환경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볼 수 있지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Grantham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이 2050년 까지를 목표로 세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기준으로 볼 때, 국가별로 요구되는 감축
수준을 달성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좀 한심하네요.

즉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국가들이 더욱 엄격한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더 강력한 감축 계획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는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은 현재의 계획보다 조금만 더 줄이면 되지만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여타 이머징 국가들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을 달성해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국가별로 요구되는 수준이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하느냐 따라 국가별 할당량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반드시 필요하지만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유엔기후변화당사자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매년 개최됩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컸던 회의들은 기후총회가 처음 시작된 1995년 베를린 회의, 이어 2020년까지 감축 목표 계획에 합의한 1997년 교토 회의, 이후 교토 프로토콜을 대체할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패했던 2009년 코펜하겐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11.30~2015.12.11에 파리에서 열리는 제 21차 유엔기후협약당사자총회 역시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9년 코펜
하겐에서의 악몽을 뒤로하고 합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세계 각국 대표들이 이번에 파리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의정서에 서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파리 회의가 제 2의 코펜하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10월 총회에 앞서 마지막 실무 회의가 독일 본에서 열렸는데 여기서 합의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베네주엘라의 대표인 Claudia Salerno는 본 회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전에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진심으로 제 2의 코펜하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랬듯이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큰 상황입니다. 개도국의 입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누적해서 계산하면 선진국이 훨씬 많으므로 선진국이 온실가스을 더 많이 줄여야 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초래된 기후 변화로 개도국들이 입었던 손실에 대해서도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진국 입장을 어떨까요.

선진국은 기후 협약이 처음 마련된 1990년대 이후 세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일부 이머징 국가들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조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리 총회에 큰 기대를 갖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토프로토콜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기후협약을 만드는데 적극적이라는 점입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전격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은 처음으로 특정 시점을 명시해 늦어도 2030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했고 미국은 202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26~28%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얼마전에는 미국이 중국, 브라질, 멕시코 등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 함께 공동 선언물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자! 환경 문제가 중요합니다. 그럼 투자자 입장에서 볼까요. 투자자들은 환경문제를 판단할 때 너무 이상주의로 치우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냉혹하지만요.
세상이 항상 당위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환경문제를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크지만 그 괴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줄어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만약 교토프로토콜을 대체하는 파리프로토콜이 생긴다면 이것은 큰 사건이고 투자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거두절미하고 큰 흐름을 본다면 친환경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자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우선 ETF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적합한 ETF를 찾기 어렵지만 해외 시장에는 많은 수의 친환경 ETF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먼저 WilderHill Progressive Energy Index(WHPRO)를 추종하는 PUW(PowerShares WilderHill Progressive Energy Portfolio)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UW는 대체에너지, 연료효율 개선, 온실가스 배출저감, 친환경 소재 및 부품 등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합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33%로 매우 부진하고 같은 기간 나스
닥 지수의 수익률 +2.8%를 크게 하회합니다(10월 30일 종가 기준). 구성 종목을 업종별로 구분해보면 산업재 비중이 33.7%로 가장 높고 이어서 에너지, 자유소비재, 테
크, 유틸리티 순입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산업재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과 최근 유틸리티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PUW의 종목 구성을 보면 자동차 부품회사인 Tenneco의 비중이 3.14%로 가장 높습니다. Tenneco는 배기 제어장치, 완충기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포천>
지 500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Tennoco의 주가는 폭스바겐 스캔들이 터진 이후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10월 이후에는 오히려 빠르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CEO인 Greg Sherrill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엄격해진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부품 구입을 늘리면서 자동차 부품 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도 인도의 타타모터스, 존슨컨트롤 등의 자동차관련 제조사들과 코닝과 같은 테크 기업 그리고 다수의 산업재 기업들이 친환경 ETF인 PUW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또다른 친환경 투자 ETF인 PowerShares Cleantech Portfolio, PZD를 살펴보겠습니다. PZD는 Cleantech Indices사의 Cleantech 인덱스(CTIUS)를 벤치마크
하고 친환경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구성 항목을 보면 제일 비중이 큰 기업이 Roper Tech라는 산업재 회사이고 그 밖에도 베스타스, 지멘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대형 산업재 기업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PUW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테크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프랑스의 유로핀스나 덴마크의 노보자임 등 헬스케어 기업들도 친환경 투
자 ETF에 속해 있습니다.

PUW와 PZD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의 지평이 크게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이차전지 등의 신규 산업 뿐만 아니라 친환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제조 기업들도 친환경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친환경 제조업 추천주로 선정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가장 극적인데다, 업계의 특성상 부품 회사들이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준비가 된 기업들에게 친환경 관련 변화는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친환경 산업에서 새로운 분야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이차전지, ESS 등의 새로운 기기와 기술을 의미합니다.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서 관련 기업들이 ‘성장 산업의 저주’에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몇번의 사이클을 거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훨씬 더 냉정해졌습니다. 당장 결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의 테슬라 주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새로운 모델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엄청난 후폭풍의 잠재적 최대 수혜 기업의 주가 치고는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jj.park@truefriend.com) 연구원은 이렇게 진단을 합니다.

"이처럼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 산업에 투자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기회는 ‘성장 산업의 저주’에 빠졌던 기업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확실한 리더로 올라서서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내는 경우이다. 거의 대부분의 성장 산업은 이러한 패턴이 반복된다. 원유를 대중적으로 쓰기 시작하던 시기의 스태더드 오일이 그랬고 얼마전에는 디램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그랬다. 친환경 분야의 신산업에서도 그러한 변화가 나타날텐데 누가 승자가 될지는 조금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