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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정책정보

[돈의 흐름을 알아야 부자가 된다] 단기부동자금만 넘치고… 실물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자투리경제=백유진 기자] 한국의 통화공급이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단기부동자금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지속됐으나 성장 부진으로 자금수요가 부족, 자금 선순환이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다.


풍부한 자금 공급 대비 부족한 자금수요로 금리 상승은 제한적이고 채권 수요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 등 위험 자산은 성장 기대가 약해 일방향 상승 보다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 창출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및 신용 위험 축소를 위한 통화정책의 공조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통화 공급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8월 M2(광의통화, 말잔기준) 증가율은 8.9%를 기록, 작년 연평균 6.7%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통화공급 확대는 2013년 중반 이후 본격화되었는데 정부의 가계대출 금융규제(LTV, DTI) 완화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등 금융완화 조치가 지속된 영향이다.

 

통화 공급 확대는 향후 경기 회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화공급 확대가 실물 경기를 견인하는 힘은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공급 확대 이후 단기부동자금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한 자금의 선순환에 제약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11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단기부동자금은 약 898조원으로 추정, GDP대비 58% 수준이다. 단기부동자금은 2012년 이후 약 250조원이 증가했다. GDP대비 단기부동자금 비중은 글로벌 복합위기 당시의 56%을 상회하고 있다.

단기부동자금은 현금과 6개월 미만 예금에 머물러 있는 유동성으로 정의했다.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MMF, 양도성예금증서, CMA, 환매조건부채권매도, 6개월미만 정기예금, 투자자 예탁금의 합으로 구했다.

8월 현재 단기부동자금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416조원, 요구불예금 168조원, 6개월미만 정기예금 78조, MMF 75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이후 항목별 증감 내역을 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122조, 요구불예금이 60조, MMF 34조, 현금 31조원 순으로 증가했다.

 

단기부동자금 증가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구조적 자금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단기부동자금은 2012년 이후 증가했는데 한국 경제의 저성장 전환 시점과 일치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가 이어졌지만 수요 회복이 충분치 못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를 기록한 이후 2012년 2.3%로 둔화되었는데 이후에도 2013년 2.9%, 2014년 3.3%로 느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연평균 4.5% 성장률을 하회한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2012년 6월 이후 3.25%에서 최근 1.5%까지 낮췄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같은 기간 4%에서 1.6%로 낮아졌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인한 자금 수요 확대는 제한적이었고 단기 예금자산은 갈 곳을 잃어 버렸다.

부문별로 보더라도 자금 수요는 공급 대비 부족하다. 가계의 자금 잉여(저축) 규모는 2012년 이후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의 자금 부족(수요)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특히 기업은 가장 중요한 자금 수요처지만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 수요는 작년 하반기 증가했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축소됐다.  기업의 자금순환이 가계 부문 처럼 순잉여를 나타내는 일본식의 디플레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투자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 증가는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실물경기 회복이 불충분한데도 통화공급이 경기 회복이 아니라 자금의 분배와 자산가격을 왜곡시킬수 있고 의도하지 않은 긴축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기는 여전히 시기상조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이 3% 중반 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밝혀졌는데 현재 2%대의 한국 성장률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압력이 신용위험을 다시 높이고 있다.

따라서 만성적 수요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한 정책 조합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인위적인 수요 창출을 위한 재정정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는 선제적 신호는 없지만 자원배분 왜곡을 줄일 수 있는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중개지원대출로 20조원을 설정해 10월말 14.6조원을 소진했다.

통화 공급 증가는 자산가격 상승에 긍정적이다. 채권 수요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자금 시장이 부동자금 증가 등 공급 과잉 상황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 금리 상승은 힘겨울 것"이라며 "반면 주식 시장에서는 부동 자금이 상승 추세를 뒷받침하기 보다는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