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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자투리 투자 나침반] 추위도 이기고 봄도 기다릴 겸 기름이나 조금 장만해 두는 것은 어떨까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유가가 ‘100달러 시대’를 마감하고 추풍낙엽(秋風落葉)과 같이 하락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시장에 재앙으로 다가 온 두 가지 키워드는 다름아닌 강한 달러(strong dollar)와 약한 수요(weak demand)였는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는 내년에도 이런 환경이 크게 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2016년 새로운 키워드가 온다: Break-even

그러나 내년 원자재시장에는 새로운 키워드가 하나 추가될 것으로 본다. 우리가 소위 ‘본전’으로 표현하는 Break-even(손익분기)이다. 강한 달러와 약한 수요 조합에 의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보니, 몇몇 원자재 가격은 생산업체들이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구리 가격은 톤당 4500달러대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글로벌 구리 공급업체들의 20% 정도의 생산원가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물론 시장가격이 손익분기가격 이하로 하락했다고 해서 곧바로 한계업체들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이들이 먼저 하는 것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내부 관리를 통하여 원가를 절감하여(Cost-cutting) 수지를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Cost-cutting에 의한 수익성 확보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투자가 중단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 유정의 생산 한계가 다가오면, 결국 다시 투자를 늘리거나(=비용을 늘리거나) 생산을 중단하는 수 밖에 없다.

가격(price)이 가격을 만든다

석유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유가 수준은 이미 미국 셰일 업체들의 Break-even을 하회했지만, 이들 역시 Cost-cutting을 통해 생산을 지속하는 것으로 버텼다. 기존 60달러/배럴 수준으로 알려져 있던 이들의 생산원가가 30~40달러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유가가 더욱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를 자제했던 것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북미 석유 집단의 리서치를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이 57만 배럴이 감소한 일평균 876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주요 셰일 업체들 또한 운영 압박(operational stress)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 초 이란의 증산이 예정되어 있지만, 이들의 증산 규모(일 100만배럴 수준)를 감안하더라도 북미 지역의 감산 등에 힘입어 내년 석유 수급은 3년만에 다시 ‘수요 초과’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으로는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요 기관들의 2016년 연말 유가 전망은 대략 배럴당 50달러 수준에 형성되고 있다.

35$ 그리고 1Q

삼성증권 박성현(Sunghyun73.park@samsung.com) 연구원은 "OPEC의 정례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불발되며 국제유가가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상기의 전망을 종합하면 오랜만에 유가에 베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북미 셰일 업체들에게 operational stress를 안겨줄 수 있는 가격인 배럴당 30달러 중반대부터가 진입할 만한 가격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매수 구간은 내년 1분기로 느긋하게 잡기를 권한다"며 "이란의 증산규모와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관련된 불확실성이 정점을 통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 ETF 그리고 정유-ENP 주식

유가 반등에 베팅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조선에 석유를 채워 바다에 띄울 수 없다면, WTI 등을 추종하는 ETF를 사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만, 원유를 직접 사는 것과 달리 ETF는 롤오버(Roll-over: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근월물로 교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이 유가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레버리지 ETF를 구입할 수 있겠으나, 그만큼 변동성 위험이 상승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국내주식으로는 정유업체와 ENP(Exploration and Production:자원개발)업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정유주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상승으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ENP업체의 경우도 자산가치 상승 및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