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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취미-공연

[자투리경제 건강 정보] 함께 있는데 왜 외로운걸까요?

 

혹시 외로우신가요?

 

미국에서 조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 중에서 62.5%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은 26.7%에 불과했습니다.

 

이 수치를 보면 배우자와 함께 산다고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혼자 산다고 무조건 외로워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배우자와 함께 사는 데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혼자 살면서 외로운 사람보다 더 괴로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부 간에 대화도 없이 남편은 텔레

비전, 아내는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으면, 같이 살아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이런 걸 Quiet-presence loneliness 라고 합니다.

 

20대까지는 친구의 숫자가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을 사귀면서 인간관계 기술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정을 나눌 진정한 친구,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 사랑을 키워야 합니다. 이것이 중년 이후의 행복을 좌우합니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가면 감정을 나누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하는 그 자체가 중요해집니다. 이것이 이후 삶의 건강

과 행복을 결정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관계의 폭보다는 진실된 관계 그 자체가 중요해진다는 것이지요.

 

외로움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외로움은 흡연 만큼 건강에 해롭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만성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이 높고, 조기에 사망할 위험도 (외롭지 않은 사람보다) 14%나 높다고 합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을 때처럼 면역 기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출 되고, 자율신경계가 부조화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혈관도 딱딱해지고, 신체의 염증 반응도 커집니다. 뇌기능도 저하되어 치매 발생 위험도 높아집니다.

 

'나만 혼자다, 나만 소외된 것 같다’라고 느끼면 암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처럼 뇌의 ’배측 전대상피질‘이라는 영역이 활성화합니다.

 

외로우면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꾀병이나 관심을 끌려고 아픈 척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진짜 통증이 느껴지는 겁니다. 외로울 때 “춥다”라고 하는 것도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나는 외롭게 밀려나고 말았다”라는 인식이 피부 체온을 떨어뜨리고, 주변의 온도를 더 차갑게 지각하게 만듭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해 봐야 합니다. 외롭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무턱대고 만나고 의미 없는 인간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외로울 때마다 술을 찾지는 않는지?

 

골프 채널만 넉 놓고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진심이 담기지도 않은 카톡이나 날리고 있는 건 아닌지?

 

외로움을 이기려고 일에 중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글: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박사, 전문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부 교수로 근무했다.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이사,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감정의 온도》, 《마음의 사생활》, 《당신이라는 안정제》(공저), 《버텨낼 권리》, 《사모님 우울증》,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당신 안의 예술가를 깨워라》 《우울증의 행동활성화 치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