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우리가 죽음을 공부해야하는 이유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한다. 부당한 이유로 고소당하여 사형 판결을 받고 죽음에 이른 소크라테스. 그는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진리를 위한 순교를 택했다. 이렇게 본다면 원제목이 ‘사망철학십이강(死亡哲學十二講)’인 책 <죽음미학> (양주이 지음, 강은혜 옮김, 박이정)의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번역서 제목에 왜 하필 ‘미학(美學)’이 들어가 있을까? 죽음과 미학은 어울려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저자인 중국 화중사범대학 양주이 교수가 말한다. “죽음을 탐구하는 것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장엄하고도 태연하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죽기 위함이다. 잘 살고 또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을 가치 있게 의미 있게 완성해나가는 것이 삶의 미학이라고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단계인 죽음도 그러한 미학의 한 부분일 수 있겠다. 죽음이 있으니 삶이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통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에 관해 배워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첫째, 죽음에 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정서 측면에서 죽음의 문제를 이해한 후 죽음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정립할 수 있다. 셋째, 죽음에 관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넷째,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세워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 죽음을 대하는 ‘귀속 심리’, 돌아가려는 마음.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이 60~94세 140명을 대상으로 얼마나 자주 죽음을 생각하는지 조사했다. 대상자 가운데 49%가 매일 최소 한 번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20%는 일주일에 한 번, 7%는 그보다 자주 죽음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해본 적 없다는 답은 5%에 불과했다. 이 밖에 많은 조사 결과는 노인들은 죽음이 별로 두렵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속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다는 걸 보여준다.

죽음은 모든 것을 잃는다는 걸 뜻한다. 가족, 친구, 우정, 사랑, 재산, 나아가 세계 전부를 잃는 것이 죽음이기에 허무와 불안과 두려움을 낳고 고독감과 처량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심리적 방어기제가 귀속 심리다. 귀속 심리란 쉽게 말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문화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죽음을 앞두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 곁에 묻히는 게 거의 모든 이의 소망이자 대부분 민족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심리 경향”이다.

죽은 이를 땅에 매장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장례 형식이 된 것도,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죽음은 위대하고 광대한 대지 또는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말에서 사망한 분을 일컬어 ‘돌아가셨다’고 표현하는 것을 떠올려 봄직 하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동아시아의 전통 풍수(風水)에서 망자를 매장하는 땅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를 한 곳이다.

# 죽음의 가치란 무엇인가?

책은 종교, 사회, 심리, 철학, 장례, 예술, 문학, 의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죽음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과 습속, 관념, 통찰 등을 살핀다. 이 책 한 권이 백과사전의 아주 긴 ‘죽음’ 항목 설명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풍부한 지식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죽음의 가치란 무엇인가?’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죽음은 두렵고, 싫고, 피하고 싶은 대상임에도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리 모두가 인정하듯이 삶의 유한함은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절대 규칙이다. 그러한 삶의 유한함은 삶이 다채로워지는 근본 원인이다. 저자 양주이 교수는 “삶이 영원에 가까울 만큼 오래 이어진다면 삶의 목적이나 열정, 가치를 제대로 세우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비로소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의미 있는 인생을 추구한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은 생명 가치를 오히려 긍정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생명의 유한성을 깨달으면 자신과 타인의 생명도 소중히 여길 수 있고, 유한한 생명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삶과 죽음의 관계에서 죽음의 가치는 삶을 이루는 데 있다. 죽음이 있기에 생명의 가치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죽음의 가치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돌아보는 것, 이것이 죽음 가치 연구의 주요 수단이자 목적이다.”

#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전 생애

저자가 살피는 죽음의 사례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진리와 과학을 위해 죽은이다. 19세기 초 영국 의사 A. 화이트는 흑사병 항체를 찾기 위해 자기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다가 고열로 사망했다. 의(義)를 위해 죽은 이들도 드물지 않으며 이상(理想)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도 있다. 저자는 쿠바 혁명을 이끈 뒤 권력에 안주하지 않고 혁명의 이상을 위해 헌신하다가 총살당한 체 게바라를 든다. 재난을 당하여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고 희생한 이들도 있다.

이러한 죽음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일생을 충실하게 산다면 허송세월에 대한 후회나 부질없이 바쁘게만 보낸 지난날에 대한 후회로 고통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년에 이른 이들 대부분이 말하듯 “삶은 찰나처럼 짧고 금방 지나가 버린다.”

삶이란 그러하기에 저자가 인용한 헤밍웨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구절이 주는 울림이 크기만 하다. “지금은 바로 네가 가진 너의 전 생애야. 지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어제라는 것도 없고 내일이라는 것도 없지.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이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 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가장 확실한 준비라는 통찰이다.
 
<글 : 표정훈 출판평론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