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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자투리경제]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진화한 OEM-ODM


 

[자투리경제=박영석 기자] 과거 OEM/ODM 업체들은 브랜드 업체 대비 낮은 수익성, OEM/ODM 업체의 역량 보다는 브랜드 회사의 오더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는 매출액, 업체간 차별화를 나타내기 힘든 업태라는 점을 이유로 브랜드 회사 대비 저평가를 받았었다.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란 자기 상표가 아니라 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명으로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라고 부른다.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OEM에서 조금 더 제조업체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제품의 개발부터 참여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체의 기능이 강화되었기에 ODM은 OEM 대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된다.

업체들의 저평가는 2012년부터 의류 → 화장품 → 음식료 업종 순으로 해소되기 시작했으며, 오히려 현재는 브랜드 업체 대비 높은 벨류에이션 멀티플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베트남 기반의 의류 OEM/ODM 업체들의 성장성이 눈에 띈다. 베트남 기반의 업체들은 2011년부터 지속된 투자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고 있으며, 오더가 또다른 신규 오더를 부르는 선순화의 고리에 완벽히 진입했다. 현재 베트남 기반 의류 OEM/ODM 업체들은 투자와 외형성장 그리고 수익성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OEM/ODM 업체들은 중국 로컬 화장품 회사의 최대 난제인 기술 장벽을 해결해 주었다. 이에 따라 국내 사례에서 그랬듯이 중국 신생 로컬 화장품 회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며, 이 회사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OEM/ODM 업체로의 오더를 확대시켜나갈 것이다.  중국은 로컬 화장품 회사의 점유율 상승이 글로벌 화장품 회사 점유율 상승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으로, 한국 OEM/ODM 업체로의 오더 증가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대형 종합식품 회사들은 보다 다양한 신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OEM/ODM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다양화 되고 신제품 주기가 빨라지는 음식료 산업 최근 트렌드를 감안하면, OEM/ODM은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OEM/ODM이 가져온 소비재 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신규 소비재 산업 시장 진입자의 거대한 진입 장벽을 해소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최종 소비재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획, 디자인, R&D, 생산, 마케팅, 유통, 판매의 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OEM/ODM 업체가 생산의 단계까지 해결해 줌에 따라 신규 소비재 산업 시장 진입자는 마케팅, 유통, 판매의 역량만을 갖추면 신규시장 진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신규 시장 진입 장벽의 해소에 따라 신규 사업자가 가장 두드러지게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화장품이다. 2011년 이후 식약처에는 매년 1,000개 이상의 신규 화장품 제조 및 화장품 제조판매 업체가 등록되고 있다. 2012년 1,364개, 2013년 3,454개, 2014년 1,397개,
2015년에는 10월 21일까지 1,909개의 신규 업체가 등록되었다. 2015년 매월 약 190개의 신규 업체가 등록된 셈이다. 한국 화장품의 높은 시장 성장성에 OEM/ODM 업체를 통해 낮아지게 된 진입장벽이 결합되면서 많은 신규업체가 생기게 된 것이다.

OEM/ODM이 소비재 산업에 가져온 두 번째 변화는 대기업들이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OEM/ODM 업체가 제안한 신제품에 대한 의사결정만 필요할 뿐 과거와 같은 신규 설비 투자를 비롯한 신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제반 과정이 완전히 생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최종 제품을 판매하는 대기업들은 과거보다 손쉽게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교보증권 서영화 연구원은 "실제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산업군은 음식료 업종"이라며 "PB제품을 비롯한 OEM/ODM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14년 국내 식품 판매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식품 품목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이는 국내 음식료 산업이 다품종 소량 생산과 보다 빨라진 신제품 주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2011년 브랜드 패션업체인 한섬과 LF는 12M Fwd PER 7.3X, 7.8X의 벨류에이션 멀티플을 받은 반면 의류 OEM/ODM 업체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영원무역은 동기간 12MFwd PER 5.0X, 6.6X를 받았다. 영원무역은 2011년 18.4%p. 2012년 17.6%p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2012년부터 브랜드 패션업체 대비 받던 디스카운트를 해소했다.  현재는 브랜드 패션업체 대비 높은 벨류에이션 멀티플을 받고 있다. 한세실업 역시 유사한 패턴을 띄었는데, 한세실업 실적 추정치가 반영되기 시작한 2012년 동사의 12M Fwd PER은 6.9X로 브랜드 패션업체 평균 7.6X 대비 디스카운트돼 있었다. 그러나 매년 거듭되는 수익성 개선과 탁월한 매출 그로쓰를 바탕으로 지속 Re-rating 되었으며, 이에 따라 현재는 섬유의복 업종 내에서 가장 높은 벨류에이션 멀티플을 받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OEM/ODM 업체의 성장성은 이미 브랜드 패션 업체의 성장률을 압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비상장 매출액 1조원 이상OEM/ODM 업체의 2010년~2014년 매출액 CAGR은 +8.5%를 기록한 반면 브랜드 패션 업체의 동기간 매출액 CAGR은 +7.6%를 기록했다.

2012년, 2013년의 경우 브랜드 패션 업체의 매출액 성장은 정체된 반면 OEM/ODM 업체의 매출액은 y-y +6.4%, +7.3%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OEM/ODM 업체의 영업이익 성장 폭은 브랜드 패션업체보다 더 크게 나타났는데 OEM/ODM 업체의 2010년~2014년 CAGR은 +18.2%를 기록한 반면 브랜드 패션업체는 동기간 CAGR -10.5%로 오히려 영업이익이 역신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국내 OEM/ODM 업체의 성장은 브랜드 패션업체를 압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2015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OEM/ODM 업체의 성장성을 조금 더 세분화 해보면 베트남 생산기지 기반 업체들의 성장성이 기타 국가(주로 인도네시아) 기반 업체 대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세실업, 태평양물산, 신원이 대표적인 베트남 기반의 OEM/ODM 업체인데 해당 업체들의 2010년~2014년 매출액
CAGR은 +13.3%를 기록한 반면 인도네시아(한솔섬유, 세아상역)와 중남미(신성통상) 기반의 OEM/ODM 업체의 동기간 매출액 CAGR은 +4.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베트남 기반 OEM/ODM 업체의 영업이익 성장 폭은 더욱 크게 나타났는데, 베트남 기반 OEM/ODM 업체
의 2010년~2014년 영업이익 CAGR은 +28.8%를 기록했다. 이와는 달리 베트남 이외 기반의 OEM/ODM 업체의 동기간 영업이익 CAGR은 +16.0%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베트남 기반의 의류 OEM/ODM 업체들의 공통점은 2011년~2014년까지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한세실업, 태평양물산, 신원 3개 사는 대규모 라인 증설을 진행했으며,이에 따라 태평양물산과 신원은 2011년, 2012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의류 OEM/ODM산업은 라인 증설 2년 후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의류 생산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이에 따라 새로운 근로자들의 초기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라인증설 초기에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실제 베트남 기반의 국내 빅3 의류 OEM/ODM업체는 2014년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2014년은 수익성 개선과 지속적인 대규모투자가 함께 이루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했다.  2015년에는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2014년의 성장 추세를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상반기 한세실업은 매출액 y-y +8.7%, 영업이익 y-y+29.8% 증가하였으며, 태평양물산은 매출액 y-y +25.3%, 영업이익 y-y 흑전 그리고 신원은 매출액 y-y +14.5%, 영업이익 y-y +500.0% 성장하는 호실적을 시현했다.  3분기에도 현재의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처 : 자투리경제(http://www.jatu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