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Season's Greetings”. 큰 건물들에 새해인사를 뜻하는 문구들이 걸리고,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도 종종 눈에 띈다.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나보다.
현실이야 팍팍하다지만 그래도 연말이면 뜸했던 지인들과 안부 연락도 하게되고, 나름 ‘연말 분위기’도 생기는 때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올해 연말은 마냥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유난히 굵직한 이벤트들이 다수 대기하고 있어서다.
가장 가까이는 3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 ECB의 QE2다. 유럽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지 채 1년이 안됐지만 이번 회의에서 추가적인 통화완화책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두달 전부터 이미 추가 부양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상당히 높은 만큼, 관전 포인트는 높아진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부양책이 나오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바로 직후인 12/4일에는 미국의 11월 고용지표 발표와 OPEC 회의가 예정돼 있다.
16일에 예정된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예상이 이미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FOMC를 앞둔 마지막 고용지표에 대한 시장 관심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유럽의 추가 QE와 미국 금리인상 기대와 맞물려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동반으로 유가 등 상품(Commodity)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신흥국(EM)에서의 자금이탈 및 외국인의 국내증시 매도와 맞물려 우리에게는 달갑지 않은 요인이다. 4일 OPEC 회의 결정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예상 외의 감산 결정이 나온다면 유가 반등 요인이 되겠지만, 일단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16일에는 미국 FOMC가 예정되어 있다. 관심은 물론 금융위기 이후 최초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이지만, 이미 시장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10월 FOMC 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 역시 최초 금리인상의 시기가 아니라, 향후 어떤 경로를 통해 금리 정상화 정책을 펼쳐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015년 10월 FOMC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1) 시장이 정책 지연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면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고, 2)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불균형이 더욱 확대되며, 3) 금리 인상을 연기하면 시장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 중요한 부분은 금리 인상 이후 점진적인 긴축이 바람직하며, 따라서 최초 금리 인상 시점보다는 금리인상 강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이다. 결국 금리인상 여부 보다는 인상 이후 긴축 속도, 즉 내년에 얼마나 빠른 속도와 폭으로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며, 시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한 힌트 찾기에 더 촉각을 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FED, ECB 등 중앙은행의 주요한 정책변화는 아니지만, 11일에는 파리에서 UN기후변화협약 총회의 종료가 예정되어 있다. 교토 프로토콜을 대체하는 파리 프로토콜이 합의에 성공할 경우 투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10월 이후 드라기 ECB 총재는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액션”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전일(12/2) 발표된 유로존 11월 핵심 인플레(coreinflation)가 예상 외 하락을 기록하면서 추가 부양책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ECB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핵심적인 것은 크게 3가지다. 1) QE의 기간 연장, 2) QE의 월간 자산매입 규모 확대, 3) 추가적인 금리 인하이다. 일단 QE의 기간 연장은 현재 2016년 9월까지로 명시되어 있는 QE 기간을 그 이상으로 연장하는 것인데, 6개월 정도의 기간 연장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하는 수준이다.
2015년 3월부터 시행한 QE 정책은 매월 600억 유로의 자산을 매입하는 정책이며, 발표 당시 2016년 9월까지 총 1.1조 유로 상당의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기간이 연장되면 그만큼 자산매입 규모가 커지게 된다.
현재 월간 600억 유로인 자산매입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ex. 월간 700억 유로, 혹은 그 이상)은 시장에서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나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완전히 예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월간 100억~150억 유로 이상의 매입규모 확대(월간 750억~800억 유로 자산매입) 발표가 나올 경우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ECB 기준금리인 repo 금리는 작년 두 차례 인하 이후 2014년 9월부터 0.0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이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준금리보다 현재 -0.2%로 (-) 상태인 ECB 예치금 금리(ECB Deposit facility rate)의 추가 인하에 대한 것이다.
ECB 예치금(ECB Deposit facility)은 유럽 은행들이 초과 유동성을 중앙은행에 예치해 놓는 것인데, ECB는 이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2014년 6월 처음으로 (-)로 낮췄다. 즉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초과 유동성에 대해 오히려 비용을 물리겠다는 것인데, (-) 금리 폭의 확대는 이 비용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므로 유동성을 시중에 돌게 하려는 ECB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ECB에 예치된 유럽은행들의 초과 유동성은 앞서의 Deposit facility 예치금과 초과지준(excess reserves)으로 구성되는데, 2011년 말~2012년 초 1, 2차 LTRO 당시 크게 늘어났다가 LTRO 자금 상환으로 다시 감소했고, 2015년 이후 QE 시행과 함께 다시 늘어나고 있다. 10월 말 기준으로 양자를 더한 초과 유동성 합계 금액은 5천억 유로를 상회한다.
(-) 금리 적용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은행들의 중앙은행 자금예치는 계속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페널티(penalty) 비용이 커질 경우 ECB의 의도대로 유동성이 시중으로 풀리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시장 예상은 10~15bp 정도인데, 그 이상(-0.4% 이하)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경우 역시 서프라이즈가 될 공산이 있다.
ECB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이미 시장에 상당히 반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드라기 ECB 총재가 과거에도 중요한 정책결정이 있을 때마다 항상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정책을 발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을 상회하는 ECB 정책이 나올 경우, 단기적으로 유로 약세가 심화되면서 달러가 추가 강세로 갈 수 있는 부분은 상품가격이나 EM 자산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기대 등을 함께 고려하면 결국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시에는 2012년 초 LTRO 당시와 올해 유럽 QE 발표 이후에도 수개월간 유럽계 자금의 KOSPI 순매수가 나타났었는데, 국내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시간 금요일 밤에 발표되는 미국 11월 고용지표는 12월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 마지막 지표다. 관전포인트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Nonfarm payroll)이 컨센서스인 20만명 증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와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할 경우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 증가율 또한 눈여겨 봐야하는 지표다. 10월에 시간당 평균 임금 증가율은 2.5%를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록 호황기 때처럼 3.0~3.5%대의 증가율을 보이기 쉽지는 않겠지만 10월 수준의 임금 증가율이 11월에도 유지 된다면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개최되는 168차 OPEC 정기회의 또한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바로 이 회의에서 현재 하루 원유생산 목표량인 3,000만 배럴이 감산 될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회원국들이 감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OPEC이 기존의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OPEC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하더라도 그 자리를 이란이나 이라크 같은 국가들이 대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는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파적 갈등관계로도 엮여 있다. 종국에는 의미있는 유가반등 없이 점유율만 잃게될 수 있는 감산결정을 사우디가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11월 30일부터 시작해 12월 11일에 종료되는 제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또한 주목해야 하는 주요 이벤트다. 관전 포인트는 지난 2009년 코펜하겐 회의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했던 2020년 이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INDC) 합의 여부다. 현재 참가국들은 전 지구적으로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 C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이후의 세대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재정지원의 필요성이라는 대의에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감축의무가 있다는 선진국과 과거 온실가스 증가에 선진국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에 감축 노력이나 재정지원도 선진국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기후협약에 주목하는 이유는 만약 교토 프로토콜을 대체하는 파리 프로토콜의 도출에 성공한다면 투자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리 기후협약에서 인도와 프랑스가 1조 달러 규모의 국제기금인 ‘국제 태양광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태양광 관련주들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회의 초반이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만 기대가 매우 큰 이벤트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12월 빅 이벤트의 피날레는 16일 예정된 미국 FOMC다. 단연 시장 관심이 집중된 이벤트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오히려 예상보다 미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시장가격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인상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후 긴축의 속도와 강도다. 아직까지도 금리인상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해서는 연준 내에서도 완전히 의견통합이 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한 가지 공통되는 점은 발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강송철(sckang@truefriend.com)-서태종(seotaejong@truefriend.com) 연구원은 "금리를 올리더라도 향후 정상화의 강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점"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혼란이 2016년 상반기에 글로벌 증시의 조정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긴축의 속도가 완만하다는 전제가 있다면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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