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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자투리 글로벌 경제 흐름] 미국, 40년 만에 원유 수출 자율화. 그 영향은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지난 12월 18일(미국 시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원유 수출 금지 해제 법안에 서명했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석유 수출을 금지한 이후 40년 만에 미국 석유가 세계석유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미국 원유 수출 자율화에 거부권 행사 입장을 밝혀왔던 오바마 대통령은‘신재생에너지 지원 기한 연장’이라는 명분을 얻으면서 미국 원유 수출 자율화의 길을 열어줬다. 세계 석유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면서 WTI 가격이 Dubai보다 높아졌다. 즉 미국의 원유 수출 자율화로 우리나라 정유 업체들의 상대적인 원가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석유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12월 18일 WTI는 이미 Dubai보다 $2/bbl 비싸졌다.  정제 설비 가동을 위한 유틸리티 비용 차이 역시 천연 가스 가격 하락으로 좁혀졌다.

미국 정유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내년에도 정제 마진 개선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2016년 정유 업체들의 실적을 고려할 때 여전히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출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WTI 가격이 Dubai보다 높아졌다.  미국 석유 생산량은 6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 생산량 감소 상황에서 미국 정유 업체들이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WTI 매입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매입 경쟁으로 WTI 가격이 높아진다면 미국 정유 업체 수익성 악화→설비 가동률 하락→세계 정유 공급량 감소→정제 마진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석유 시장 변화는 시작됐다

세계 석유 시장에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 이후 WTI는 이미 Dubai보다 $2/bbl 비싸졌고, WTI와 Brent의 가격 차이도 좁혀졌다.
물론 현재 수준의 가격 차이로는 미국 석유 수출량이 크게 늘기 어렵다. 가격 차이가 $4~5/bbl은 돼야  미국 석유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석유 수출 자율화가 우리나라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에 어떤 도움이 되겠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Dubai는 이미 WTI, Brent보다 가격이 낮아졌다. 아울러 미국 내륙 지역(Lower 48state)의 석유 생산량은 6월 이후 감소세다. WTI가 $40/bbl 이하로 유지된다면, 원가를 고려할때 미국 석유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을 비롯해 EIA,
OPEC 모두 미국 석유 생산량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Dubai보다 WTI 가격이 높아진 지금의 상황은 앞으로도 유지될 확률이 높다. 즉 우리의 원가 경쟁력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다.


 

미국 정유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 그 원천이 사라졌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정유 업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낮은 WTI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제 WTI 가격이 Dubai보다 높다. 아직 석유 수출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WTI 가격이 Dubai보다 높아졌다.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고, 현재 수준으로 국제 유가가 유지된다면 미국 석유 생산량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국 석유 생산량 감소 상황에서 미국 정유 업체들이 90%가 넘는 현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WTI 매입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WTI 가격이 올라간다.

WTI 매입 경쟁으로 가격이 높아져서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할 상황이 된다면, 이미 미국의 원가 경쟁력은 사라진 이후다. 즉 WTI 가격이 이미 Brent, Dubai보다 $4~5/bbl 이상 높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미국 정유 업체들은 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올라 미국 석유 생산량이 다시 늘지 않는한 지금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없다.

미국 정유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자연스럽게 설비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세계 정유 시장의 공급 감소다. 물론 원가가 높은 일부 업체부터 가동률을 낮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정유 시장 수급은 타이트하다. 정제 마진 강세가 심화될 것이다.


 

저유가로 인해 미국 정유 업체들의 유틸리티 부문 경쟁력도 약해져

미국은 셰일 가스 생산량 증가로 인해 천연 가스 가격이 전세계에서 제일 낮다. 낮은 WTI 가격이 원재료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었다면, 낮은 천연 가스 가격은 정유 설비 가동을 위한 유틸리티 비용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아시아 LNG 수입 가격도 하락했다. 이제 천연가스 가격 차이에 따른 아시아와 미국 정유 업체들 간의 유틸리티 비용 차이도 더욱 좁혀졌다.

2015년 12월 미국 천연 가스 가격은 역사상 최저 수준인 $1.8/mmBtu이다. Platts에서 밝힌 2015년 12월 아시아 LNG 수입 가격은 $7.4/bbl이다. 2015년 9월 Valero Energy의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천연 가스 가격 $3/mmbtu일 때 배럴 당 정제 비용은 $0.9/bbl 이었
다. 당시 아시아 천연 가스 가격은 $11/mmBtu이었고, 아시아 정유 설비의 정제 비용은 미국보다 $2.75/bbl 이나 높은 $3.65/bbl이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미국과 아시아의 천연 가스 가격으로 비교한 유틸리티 비용 차이는 이제 $1.92/bbl로 9월보다 크게 좁혀졌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WTI와 Dubal의 가격 차이가 $2/bbl이다. 아시아 정유 업체들의 유틸리티 비용이 다소 높아도 이제 낮은 석유 원가로 극복할 수 있다. 즉 이제 미국과 아시아 정유 업체들 간의 원가 차이는 없다. 미국의 낮은 천연 가스 가격 때문에 미국의 석유 가격이 높아져도, 아시아 정유 업체들이 미국 정유 업체들의 수익성을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 돼버렸다.

미국 정유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우리나라 정유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정유 제품 수출 증가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 지역의 정제 마진이 크게 악화됐다. 유럽과 중동 정유 업체들은 기존의 수출 시장을 잃고, 아시아로 물량을 넘겼다. 당연히 유럽, 아시아 정유 업체들은 지난 몇 년 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WTI 가격 강세에 따른 미국 정유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미국 정유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 수출량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의 원유 수출 자율화로 이제 WTI 가격의 안전판도 생겼다. 아울러 2014년 하반기에 시작된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와 정유 설비 신증설 지연으로 2015년 연평균 정제 마진은 작년보다 $1/bbl 이상 좋아진 상태다.

정제 마진이 $1/bbl 가량 개선되면,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우리나라 4개 정유 업체들의 연간 영업 이익은 1.2조원 가량 개선된다.

2016년 제일 기대하고 있는 정유 제품은 휘발유다. 휘발유는 올 여름 사상 최고 수준의 정제 마진을 기록했다.

KTB투자증권 정유-석유화학 담당 이충재 연구원(twim2000@ktb.co.kr)은 "미국의 석유 생산량 감소와 이에 따른 미국 정유 설비의 가동률 하락은 휘발유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역사상 최고수준까지 개선된 휘발유 마진은 2016년에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