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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자투리 글로벌 경제 흐름] 미국정부의 다목적 포석…40년만의 원유수출 해제


[자투리경제=백유진 SNS에디터] 미국이 원유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키로 했다. 40년만이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동의한 2016년도 예산안에 원유수출금지 해제 조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 백악관이 이미 동의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오는 22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면 바로 원유수출금지 조치가 해제된다.

미국은 1차 석유파동 이후 1975년부터 자국산 원유를 전략적 자산으로 규정해 수출을 금지해 왔다. 다만 수년 전부터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한해서만 하루 50만 배럴 가량 제한적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특히 셰일가스 개발로 부가 생산물인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생산량이 늘면서 기업들의 수출금지 완화 요청이 더욱 높아지자 미 상무부는 지난해 6월 텍사스 소재 2개사의 초경질유 수출을 허용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 일이다. 이번 해제조치로 미국산 원유가 바로 국내에 수입되기는 어렵지만,  역외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이 증가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으로 수출이 본격 시작되면 그만큼 원유 수입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 있다.

그동안 중동 산유국들은 '아시아 프리미엄'이라며 한국이나 일본 정유업체에 더 비싸게 원유를 공급해왔다.

SK인천석유화학 등 컨덴세이트를 원료로 수입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산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 원가절감이라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간 원유 공급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 대규모 수입업체인 아시아 정유사들을 잡기 위해 판매가격(OSP) 인하나 운송비용 감면 등의 혜택 제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의 배경이다.  일단 그동안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부가 생산물인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생산량이 늘면서 기업들의 수출금지 완화 요청이 더욱 높아지자 미 상무부는 지난해 6월 텍사스 소재 2개사의 초경질유 수출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판단을 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기업들의 수출 완화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동 산유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미국 석유업체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당장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 정부가 모를 리 없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 보면, 미국 수출업체들의 요구사항은 들어주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중동 산유국을 압박하는 요인 등 여러가지 포석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미국의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국제 원유 시장에 미국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제 유가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

하지만 냉정히 현 상황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수출이 허용되더라도 당장 미국업체들이 수출량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경제성과 인프라가 부족해 단기적으로 물량을 증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간 가격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는 지난 16일 기준 배럴당 0.64달러에 불과했다. 수출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스프레드가 배럴당 3∼4달러 정도 벌어져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수출 물량이 급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수출이 허용되더라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 자체가 오는 2020년까지 일일 1000만배럴 정도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미국 내 원유 광구가 몰려있는 걸프 코스트 지역이나 내륙에서 생산한 원유를 서부나 동부 해안으로 이동해 수출하기 위해서는 철도와 항구시설 등 인프라를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