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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투라이프

[자투리경제]"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투리경제=윤영선 SNS에디터]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87년부터 4회 연속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의장을 맡았던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금융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내 얘기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설마? 나는 매일 경제 신문을 읽는 사람인데?

 

아래 문제를 풀어보자

 

정답은 순서대로 ①, ③, 거짓, ②, 참이다.

 

위 5문제는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성인들의 금융 이해도를 측정하는데 활용되는 질문으로, 실생활에 관련된 핵심적 금융 개념들(복리, 실질 수익률, 리스크 분산, 주택담보대출 이자, 채권 가격)을 다루고 있다고 하여 ‘Big Five Questions’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다섯 문제를 전부 다 맞혔다면 당신의 금융 지식은 상위 25%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매해 이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체 응답자 가운데 다섯 문제를 다 맞힌 비중은 15% 수준이다. 보다 더 기본적 개념으로 분류되는 첫 세 문항의 경우 독일과 일본 내 정답률은 각각 50%, 25%를 약간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Big Five Questions 대신 Big Five 개념을 근간으로 한 OECD 금융 이해도 조사[1]를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성인들의 경우 추상적인 개념에는 강하나, 복리이자, 원리금, 대출 이자 등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 지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예로, Big Five 첫번째 문제와 동일한, 복리 이자 계산을 묻는 질문의 경우, 성인 정답률이 35%에 불과했다. 금융 생활의 기본이 되는 복리(Ⅰ번), 실질 수익률(Ⅱ번), 및 분산투자(Ⅲ번) 등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는 것은 오늘 한 투자 결정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교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고, 이는 곧 장기 자산운용에서 큰 손실을 초래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금융지식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까지 일할 계획인지, 현재 자신의 재정 상태는 어떠한지, 소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장기 재무계획 수립을 위한 여러 개인적 요인들을 점검하는 외에, 자신이 금융 지식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 지식은 곧 수익률로 연결되고, 수익률은 노후 자금과 같은 장기자산운용에 있어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금융 이해도와 경제적 성과의 상관관계를 연구를 진행해 온 와튼 스쿨의 올리비아 미첼 교수에 따르면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같은 수준의 리스크를 수용하면서도 연간 수익률이 1.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1억원을 10년간 투자할 경우, 금융 지식을 갖춘 투자자들의 경우 1575만원 가량을 더 벌게 된다[2]. 투자 기간을 20년, 30년, 40년으로 확대해 볼 경우, 각각 4000만원, 7300만원, 1억 2천만원을 더 벌게 되는 셈이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노후자금이라면 노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액수다.

 

개인연금은 물론 퇴직연금도 근로자 본인이 직접 운용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순간순간의 투자 결정들이 자신의 노후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고 남에게 맡겨 버리거나 외면해 버리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클 수 있다. 노후자산관리는 소득이 발생하는 동안 내내, 또한 길어진 노후를 감안할 때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평생 활용할 금융 지식을 갖추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 공부하라, 그리고 빨리 시작하라

 

런던 경영대학원의 앤드류 스콧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처럼 금융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금융에 관한 책이나 온라인 강좌 또는 세미나를 찾고, 공부하고, 실행해보고, 자신의 것으로 익히라는 것이다. 금융 지식은 용어 자체가 쉽지 않고, 개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생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살아가야 하는 한 우리는 일터에서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것처럼, 즉 생존이 걸린 문제에 임하는 것처럼 그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3], 금융 교육에 참가한 이후, 금융 지식 관련 질문에 대한 정답률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은퇴 목표 연령을 늦추는 등 실제적인 재무 설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 지식을 늘리는 최선의 방법은 경험이다. 금융 지식의 수준은 실제 투자 경험에 비례해 높아진다. 저축과 투자를 가능한 일찍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다양한 금융 상품과 시장상황에 대한 경험은 축적된 금융 지식으로 쌓여 노후 자산관리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공부하고 경험하라. 가능한 빨리 시작하라. 금융 지식의 복리효과가 당신의 노후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글>  오은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처 : 자투리경제 (http://www.jatu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