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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투자 포인트

[자투리경제] 미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 대통령

 

지난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이후 가장 열렬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것은 아마도 주식시장일 것이다. 지난해 11월 8일 대통령 선거일부터 지난주까지 약 9개월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S&P 500 지수는 13.3%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19.7% 상승했다. 상승 과정에서도 하락 조정이 거의 없는 일방적인 상승이었다. 60일 이동평균선을 타고 주가지수가 상승했으며, 6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면 하루나 이틀 만에 다시 이동평균선 위로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불안도 컸다. [그림1]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S&P 500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날이 4일이었는데, 모두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었다. 3월 21일에는 트럼프케어가 하원에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주가지수가 하락했고, 5월 17일에는 그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하락했다.

 

또 8월 10일에는 북한에 ‘화염과 분노’라는 비난을 퍼부었고, 8월 17일에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기업 CEO들이 백악관 자문위원직을 떠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융완화 정책의 종료를 시사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주가지수의 하락폭은 1%에 미치지 않았다.

 

주식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법인세율 인하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기업이익을 증가시켜 지속적인 주가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것만큼 상승한다. 물론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업이익 증가 없이도 주가가 상승하기도 하지만, 현재보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투자자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림2]를 보면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주당순이익(EPS)은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간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연 3.7%인데,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연 4.7%로 큰 차이가 없다.

 

기업이나 주주는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내고 싶겠지만,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GDP 성장률 이상으로 기업이익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면서 명목성장률과 기업이익 증가율도 같이 낮아졌기 때문에,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통해 실질성장률을 4%대(명목성장률 6%대)로 높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주식시장은 열광했다.

 

국민경제에서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기업이 더 많이 분배 받는다면 GDP 성장률이 더 높아지지 않더라도 기업이익 증가율은 올라갈 수 있다. 부가가치는 크게 보면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나눠 갖는데, [그림3]을 보면 미국에서 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2000년대 이후 크게 높아져 더 높아질 여지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법인세율이 인하된다면, 정부가 세금으로 덜 가져가고 그만큼 기업이 세후순이익으로 더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인프라투자는 파이를 키우고,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에게 할당되는 몫을 늘리는 정책이다. 이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기업이익이 대폭 증가하면서 주가의 추세적인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가지 행동이나 발언이 주식시장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불안도 큰 것이다. 인프라투자와 법인세율 인하는 모두 의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실행 가능한데, 의원들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9월초부터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두 가지 법을 놓고 충돌하게 될 것이다.

 

두 가지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의 기업이익 증가율은 상반기에 전년 대비 12% 증가에서 하반기에는 5% 이하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림4]에서 보듯이 주가수익비율(PER) 19배 이상에서 1년간 투자해서 큰 손실을 입지 않은 경우는 1990년대 IT버블 시기밖에
없는데, 현재 S&P500 주가지수의 PER이 18.6배로 IT버블 이후 가장 높다. 미국 주식시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9월 미국의회를 불안한 시선으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자투리경제=윤영선 SNS에디터]


출처 : 자투리경제 (http://www.jatu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