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박영석 기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조속한 시일내에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옥도 있다.
이같은 그렉시트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리스가 유럽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노"를 선택하면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맞고 있다. 전일 코스피가 -2.4% 하락한 것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한국증시의 낙폭은 더 큰편이었는데, 장 중 중국증시의 낙폭확대 영향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그리스와 채권단간 협상 재개 여부가 중요하다며 그리스의 바램대로 재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상황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지시간 화요일에 유럽 긴급 정상회담이 소집됐다. 외신에 따르면 일단 채권단의 입장은 화요일 정상회담 전까지 그리스가 어떤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지 지켜보겠다는 쪽이어서, 국민투표 이후에도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해 그리스에 특별히 양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채권단 역시 재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이와 관련된 뉴스플로우가 이어질 전망이다.
▶ 이른 시일 내 협상 재개 및 타결은 어려울 전망
그리스와 채권단간 구제금융 협상재개 및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리스의 “No” Vote로 인해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상황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의 ‘부채탕감’ 문제를 협상의제로 공언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의 반응은 여전히 강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당면 문제는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ECB의 추가 유동성 지원 여부다. 지난 주 도입된 자본통제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은행들의 현금고갈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880억 유로인 ECB의 긴급대출(ELA) 한도 증액이 없으면 그리스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은행들의 정상영업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ECB의 추가 유동성 지원 여부도 채권단의 태도가 주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그렉시트에 근접했던 2012년에도
ECB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위해 유럽국가들의 (그리스 채권에 대한)채무보증을 요구했던 경험이 있다.
No Vote로 구제금융 협상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슷한 보증이 없을 경우 ECB의 그리스 추가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공된 대출이 당장 회수되진 않겠지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구제금융 협상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현재 대출 한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 경제가 받는 타격은 점점 더 심해질 전망이다.
다음 키 데이트는 7월 20일이다. 그 날 예정된 ECB 채무 35억 유로를 그리스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ECB가 그리스에 대한 기존 대출 회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CB의 유동성 회수는 그리스 은행의 파산 및 새 통화(드라크마) 로의 회귀, 즉 실질적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한다.
“No” Vote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일 내에 그리스와 채권단간 협상이 재개될 경우 시장은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다만 그리스와 채권단 간 여전한 이견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에서 원만한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협상 재개와 관련해 약간의 희망은 지난주 IMF가 발간한 보고서다. IMF는 그리스와 협상과정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채권자였다.
지난주 목요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IMF는 그리스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며, 채권의 만기를 연장(20년→40년)하는 방식으로 ‘부채탕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MF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급격한 상황 변동으로 인해 그리스의 부채 수준은 2018년 말까지 새로운 구제금융 지원을 가정하더라도, 2020년까지 GDP의 150%, 2022년까지 GDP의 140%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단기적으로는 ECB에 대한 채무상환이 예정되어 있는 7월 20일까지 구제금융 재협상을 둘러싼 그리스와 채권단간 공방이 지속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은 뉴스플로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탕감을 포함한 구제금융 협상에 그리스와 채권단이 합의할 가능성은 현 상황에서 기대는 가능하지만 예측은 불가능하다.
한편 7월 20일까지 그리스와 채권단 간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이나 ‘그렉시트’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 그렉시트 시나리오
그리스나 채권단 모두 그렉시트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렉시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현실적 대안으로 그렉시트의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그리스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채권단에 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쇄도하는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어렵워 자본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 직면한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긴급유동성을 지원해 은행들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환율 가치가 크게 절하되면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그리스는 이러한 위기 매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다. 통화 발행권과 환율의 독립성이 없기 때문이다. 유로존 내에서 구제금융 협상이 장기화되고 자본통제가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그리스 경제는 파탄에 직면하게 된다.
심지어 그리스 정부는 임시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사임한)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필요하다면 병용 통화인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IOU를 발행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IOU는 일종의 차용증서로서 심각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가 2009년 7월에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발행조건은 예산안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통과되면 10월 2일까지 원금과 3.75%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BoA, 씨티은행, 웰스파고 등의 대형은행이 캘리포니아 IOU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와 그리스의 상황은 다르다. 우선 캘리포니아 IOU는 미국 내에서만 사용된 반면 그리스의 경우는 해외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산안이 결국 주의회에서 통과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리스는 새로운 구제금융안이 도출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ECB가 그리스 IOU의 효력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인정할 경우 유로를 유로존의 유일한 법정 통화로 인정하고 있는 헌법을 위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로그룹이 그리스 요구를 받아들여 부채를 삭감하고 완화된 형태의 긴축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IOU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사실상 그리스 고유의 통화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그렉시트가 되는 셈이다.
다만 여전히 그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2011년처럼 유럽 전체의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2011년에는 통화연합과 재정연합의 괴리에서 오는 불가피한 충격이었다면 지금은 문제를 그리스가 확신시킨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ECB가 무제한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2011년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이다.
단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더라도,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2015년 그리스 사태의 근원에도 재정이 분리된 채 통화만 통합된 불완전한 국가 연합이라는 유로존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될 때 유로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달러 강세 환경을 의미하므로 자산시장에서는 위험자산의 전반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강송철-김대준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반전의 키는 ECB가 쥐게될 수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리스크의 확산을 막기 위해 ECB가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리는 등의 형태로 개입의 강도를 늘린다면 시장의 불안감 역시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ECB 개입이 있기 전까지는 리스크 관리를, 그 이후에는 리스크 해소에 베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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