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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투자-재테크

수출부진, 돌파구를 찾아라

[자투리경제=박영석 기자] 올해 5월까지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6% 줄어 수출 감소세가 심화됐다. 2013년부터 3년째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부진의 원인을 원자재 가격하락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 영향만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세계경제 저성장에 따른 교역량 정체와 원화 강세,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중국 자급률 향상), 인도 및 아세안에 대한 수출 감소, 원자재 풍부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 등이 복합적으로 수출부진을 야기하고 있다.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 이슬람 경제권 주목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직접적인 환시 개입에 더해 수출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한 R&D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이 필요하다. 중국과 유럽이 이슬람 경제권을 겨냥하고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인구구조 및 성장 잠재력을 고려시 인도와 아세안, 나아가 이슬람 경제권으로의 해외투자 확대를 독려해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할랄 인증 등에 대응한 소비재 분야가 주목된다.

한국 수출 부진 3년째 계속되며 구조적 문제로 부상

한국의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9% 감소했다(원화 환산 기준 5.1% 감소). 전년동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1.0일 단축되며 2009년 8월 이후 70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누적 기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6% 줄었다(원화 환산 기준 2.0% 감소). 먼저 수출부진의 배경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영향이 크다. 하지만 단가 영향 만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수출물량지수는 전년에 4.4% 증가했던 반면, 금년 들어 4 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2.3% 증가에 그쳤다.

세계 교역량과 한국의 수출물량을 비교해보자. 2013년 상반기까지 한국의 수출물량은 세계 교역량을 앞질렀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세계 교역량과 한국의 수출물량 증가세는 엎치락 뒤치락한다. 세계 수출액에서 한국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2.6%에서 2011년 1월 3.2%로 빠르게 올라오다가 2013년부터 3% 내외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들어 소폭 개선 조짐이나 2/4분기 들어 재차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이 56%(재화 기준 49%)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부진은 성장세 둔화로 직결된다. 1/4분기 중 수출의 전기대비 성장기여도는 0.1%p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서비스 수출이 개선된 영향이었다. 재화 수출 기준으로는 -0.1%p를 기록했다. 금년중순 수출 성장기여도 역시 0.0%p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유동성 랠리에 힘입어 그간 상승세를 보였 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 부진 배경 ① 세계경제 저성장으로 교역량 정체

최근의 수출 부진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며, 2013년부터 3년째 계속되면서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수출 부진의 배경에 대해 살펴보자.

첫번째 배경으로는 정체된 세계 교역량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의 채무위기, 중국의 공급과잉과 성장세 둔화, 신흥국 위험 확산 등으로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졌다. 2013년 세계 교역량 은 2.7% 증가에 그쳤고, 2014년 3.3%로 증가했다가 금년 들어 4월까지 2.4% 증가에 그치고 있다. 세계 교역량 둔화는 당연히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출 부진 배경 ② 주요 수출 경쟁국 통화의 가파른 약세에 따른 원화의 상대적 고평가

세계 교역량 둔화는 모든 수출국들이 직면한 과제이며, 상대적 관점에서는 먼저 환율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달러 압력이 심화돼 원/달러 환율은 반등세다. 하지만 주요 수출 경쟁국의 통화 약세가 더욱 빠르게 전개됐다.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원화 가치는 2013년부터 뚜렷하게 오르며 과거 평균 수준을 넘어 고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엔/달러 환율은 125엔 근처까지 오르는 등 엔화 약세가 심화됐다. 일본은행(BOJ)이 양질 통화완화정책을 본격 시행한 이후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상당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 은행(ECB)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하, 선별적 장기자금 공급조작, 양적완화정책 등을 연이어 시행하며 유로화도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저평가 상태다. 이에 원/100엔 환율은 금융위기 당 시 1,500원대까지 올랐다가 현재 800원대에 진입했다. 원/유로 환율도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1,300~1,400원대에서 등락하다 올해 들어 레벨 다운돼 1,100~1,2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자국 통화 약세를 조장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은 일본과 유럽 등 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수출 점유율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달러화 강세가 전개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미국의 수출 점유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수출 점유율은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 문제에도 불구하고 2013년부터 완만하게 반등했다. EU의 수출 점유율 역시 2013년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조금씩 올라왔다. 2013년부터 정체 국면에 들어간 한국의 수출 점유율과 대조적이다. 특히 금융위기 직후 원화 가치 약세에 힘입어 수출 점유율이 급등했던 2010~2011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수출 부진 배경 ③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반면 중국에 따라 잡히며 한국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 약화

다음으로 기술 및 제품 경쟁력 문제다. 한·중·일 3개국의 수출 경쟁 구도에서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중국을 통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력의 격차는 2010년 2.5 년, 2012년 1.9년, 2014년 1.4년으로 빠르게 좁혀졌다. 한국의 미국과 EU, 일본 기술 격차는 2012년까지 축소됐으나, 2012~2014년에는 기술 격차를 거의 좁혀지 못했다. 즉, 2012년부터 한국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한 반면, 중국에 계속 따라 잡히며 경쟁력이 약화됐다

한편 가장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 및 아세안 지역에 대해 한·중·일 공히 수출 의존도 가 높다. 금년 들어 해당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 감소세는 심각하나 중국의 수출은 증가세다. 한국의 수출이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인도 및 아세안 투자를 대거 늘리며 교 두보를 형성한 영향이 크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이 주력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역시 동 지역, 나아가 이슬람 경제권을 겨냥한 정책이다.

수출 부진 배경 ④ 중국의 자급률 향상으로 한국의 중국발 투자 수혜 약화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이 빠르게 향상된 점도 걸림돌이다. 더 이상 한국이 중국발 투자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철강 자급률은 2006년부터 이미 100%를 넘어섰고, 정제유 자급률 역시 거의 100%에 육박한다. 합성수지(화학산업) 자급 률은 70% 수준으로, 소재업종 중에서는 동 분야에 대한 수혜가 그나마 남아 있다. 조선과 건설, 기계 등 산업재 분야의 수혜는 거의 사라졌다.

수출 부진 배경 ⑤ 최근 경기가 부진한 원자재 풍부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전체 수출에 부정적 영향

다른 주요 수출국에 비해 한국은 중동과 중남미, 대양주, 러시아 등 원자재 풍부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풍부국 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진 점도 한국 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하반기 세계경제 성장세 반등과 함께 한국 수출 개선 흐름 예상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의 수출 부진에는 세계경제의 저성장이라는 직접적인 배경에 더해 원화 의 상대적 강세, 기술 경쟁력 약화, 중국의 자급률 향상, 인도 및 아세안 수출 부진, 원자재 풍부 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소국 개방경제인 한국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제한적이다. 하반기로 가면서 세계경제 성장세의 완만한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수출 여건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ECD+Major 6 Non-Member Countries 선행지수 순환변동 치와 한국의 수출 간에는 1분기 내외 시차가 존재하는데, 지난 3월까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6개월 연속 떨어졌다. 다만 하락폭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에는 선행지수 순환변동 치가 반등하며, 한국 수출 역시 연말로 갈수록 개선 흐름이 기대된다.

기준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원화의 상대적 강세 제한 위해서는 당국의 직접적 외환시장 개입이 적절

국가별로 볼 때, 1/4분기중 역(-)성장을 기록했던 미국경제는 하반기에는 구매력 개선과 투자 재개 등에 3% 내외 성장세를 회복할 전망이다. 통화정책 효과로 유로존은 회복세를 지속 중이다. 중국은 7% 경제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통화완화정책뿐만 아니라 확대재정정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상품 가격의 완만한 반등으로, 원자재 풍부국 경기도 최악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원화의 상대적 강세 문제는 구조적 경상 흑자 지속으로 한국 정부가 대응할 여력이 크지 않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두 차례 발간하는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인 선진국들조차 적극적인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만큼, 한국 정부 역시 일정 수준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근 수출 감소세가 심화되자 원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5월 중순 대외발 금리 상승 압력과 안심전환 대출 모기지유동화증권 (MBS) 발행 등으로 1.97%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 금리는 1.73%까지 떨어지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한국은 선진 시장이 아닌 만큼 이자율평가설에 따른 환율 변화는 제한적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있어 금리 차가 중요했으나, 최근에는 중국 및 국부 펀드가 통화 다변화 관점 등에서 한국 채권에 투자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는 심리적 통화 약세 압력을 조장할 뿐이며, 수출 가격경쟁력 개선을 위해서는 당국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적절한 정책 수단이다.

기업들의 R&D 투자 확대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 필요

기술 격차 문제는 정부의 역할보다는 수출 주력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자발적 노력이 요구된다. 대신 정부는 R&D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조치를 강화해야 하며, 수출 기업 들의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수출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 향상 노력에 더해 인도 및 아세안 등 성장하는 시장으로의 전략적 교두보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으로 집중됐던 해외직접투자의 눈을 인 도 및 아세안, 더 나아가 이슬람 지역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제 중국의 인건비 매력은 떨어 졌으며,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세제혜택 역시 사라졌다. 인구구조적 측면에서 인 도 및 아세안, 이슬람 지역은 향후 중국에 버금가는 수출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또한 그 동안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주로 원자재와 자본재에 집중됐는데, 소비재 분야의 경쟁력 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제품 경쟁력이 중요하나, 소비재는 기호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중남미와 러시아 등의 기호에 맞춰 동 지역에서 과거 놀라운 수출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처럼 인도 및 아세안, 이슬람 지역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슬람 경제권의 인 구구조와 향후 성장 잠재력을 노리고, 글로벌 식가공업체들이 할랄 인증에 주력하는 모습 등은 한국 소비재 수출 기업들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이승준 연구원은 "세계경제 저성장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중·일 3개국 중 비교열위를 보이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증시에 당연히 부담"이라며 "시계(time horizon)를 좁히면, 3/4분기까지 수출 감소세는 지속되고 4/4분기 경 세계경제 성장세 개선과 함께 증가 반전을 모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3/4분기까지는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수출 부진이 맞물려 증시 환경은 부정적 흐름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