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투리 생활정보

[자투리경제] 짜임새 없는 맞벌이는 외벌이만 못하다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노후생활비를 일찍 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필자는 맞벌이를 적극 권유한다. 꼭 노후생활비 마련 때문이 아니어도 요즘 맞벌이하는 부부들이 아주 많아졌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를 하는 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5% 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맞벌이는 특히 20∼30대 젊은 부부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부부 맞벌이는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남자와 여자가 모두 평등하게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여권운동이 한창 벌어지던 1960년대부터 맞벌이 부부가 크게 증가해 현재 미국 여성들의 70∼80%가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근 30년 동안 미국 중산층 가구의 살림살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맞벌이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활형편이 거의 향상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맞벌이의 증가와 함께 가계의 씀씀이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한 번 크게 늘어난 소비는 다시 줄이기 어려워 부부 가운데 한 명이 실직할 경우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 맞벌이가 노후준비에 유리한 점

 

맞벌이의 첫 번째 장점은 목표로 책정한 노후생활자금을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부 두 사람의 소득 중 하나를 생활비로 쓰고 다른 하나를 노후 생활 자금으로 계속 저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가 각각 30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하면, 아내의 소득 3000만 원을 쓰지 않고 20년간 저축을 한다면 6억 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앞으로 노인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고령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은퇴하는 노인들을 대치하여 사회를 떠받치는 우수한 생산인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점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맞벌이 가구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까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대 흐름이 이런데도 만약 아내가 아이 문제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다면 아내의 경력에 회복할 수 없는 흠이 만들어진다.

 

맞벌이를 하면 부부 개인 차원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 맞벌이 부부는 각자 국민연금에 따로 들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은퇴한 후 연금을 두 몫으로 받을 수 있다. 또 부부가 직장생활을 통해 사회적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와 평생학습, 건강관리 등 비재무적 분야에서도 더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짜임새 있는 가계살림이 포인트

 

요즘 맞벌이 부부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용어중 하나로 DINK(dual income, no kids)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두 배의 소득은 올리되 아이는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들 교육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이른바 ‘딩크족’들은 다른 가구에 비해 훨씬 여유롭고, 재미있는 여가생활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최근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 낳지 않는 데는 이런 생활철학이 담겨 있다.

 

그러나 딩크족이 아이를 가질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누가 아이에게 우유를 주고 학교를 보내고 병원을 데리고 가고, 울 때 달래줄 것인가? 누군가 한 사람은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맡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은 2가지다. 첫째, 한 사람이 직장을 포기하고 집에 눌러앉는 것이다. 둘째, 아이를 돌봐줄 사람(부모님이나 가정부)을 구하고 두 사람은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이다.

 

어느 방법이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확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든 가계살림에 모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후자처럼 가정부를 구하여 아이 양육을 맡길 경우, 부부 한 사람의 소득이 몽땅 여기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맞벌이의 가계소득이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맞벌이를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게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짜임새 있는 가계살림이다. 돈이 새는 것을 적극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부부가 돈을 함께 번다고 하여 외식(外食)을 자주 하고,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면 통장에 돈이 남아나지 않는다. 평소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가계부를 써서 생활비를 줄이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여 마련한 돈으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에 가입해 꾸준히 부으면 나중에 큰돈으로 불어난다.

 

# 부부간 재무대화를 늘려라!

 

요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은 서로 경제적인 독립을 인정하는 ‘독립채산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제일기획이 맞벌이 신혼부부 100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 육아비용을 비롯한 모든 생활비는 공동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공동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에 대해서는 서로 ‘모르는 척’(여자 54%, 남자 48%)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맞벌이 부부 대부분은 각자 통장 5∼6개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가 모르는 비자금을 따로 챙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명절이나 양가 행사 때는 각자 자기 집에 가는 돈을 부담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처럼 ‘딴살림’을 차린 듯이 서로 돈을 관리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딱 하나 가지고 있다는 맞벌이 부부가 많았다. 바로 ‘내집마련’이라는 목표였다.

 

이처럼 부부가 따로 각자의 통장을 만들어 돈을 관리하면서 서로 재무를 주제로 하는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크다. 부부가 각자 자금을 관리하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노후자금 교육자금 등 목돈을 마련하는 데는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부부는 서로 긴밀하게 많은 대화를 통해 재무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든 투자계획과 집행을 서로 배우자에게 잘 설명하여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 돈을 투자할 때는 ‘자녀 교육자금용’, ‘내집마련용’, ‘노후자금용’ 등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렇게 해야 투자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

 

<글: 송양민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