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2Life 정보] "아싸~ 오늘도 덤이다"…매일 횡재했다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부르는 값보다 싸게 깎아 사는 사람이 있다. 깎은 액수만큼 이익을 봤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자기가 산 물건에 덤으로 좀 더 많이 달라고 해서 받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 또한 정가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물건 값을 깎았거나 물건을 더 많이 받았거나 따지고 보면 모두 덤이다.

 

단체 여행을 하다 보면 쇼핑할 기회가 있다. 모두들 이집 저집 다니면서 물건을 산다. 그리곤 호텔에 돌아와선 서로 자랑도 하지만 비교도 한다. 비슷한 물건을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주고 샀다면 억울한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보다 싸게 샀다면 좀 우쭐해 한다. 앞의 경우는 속았다는 느낌 때문이고 뒤의 경우는 자기가 똑똑해서 속지 않았다는 자부심 때문에 우쭐할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값이 그 값이다.

 

나는 1989년부터 2001년 정년 퇴임할 때 까지 학생들을 데리고 네팔에 의료봉사를 매년 다녀왔다. 봉사를 마치고 관광하는 동안 학생들은 쇼핑을 많이 한다. 아니나 다를까 쇼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얼마에 샀는지 서로 비교하면서 억울해 하기도 하고 우쭐해 하기도 한다.

그 정도가 심해서 두고 두고 화제 거리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물건을 깎더라도 파는 사람이 마음을 다치지 않을 수준에서 깎으라고 타 일렀다. 깎는다는 것을 덤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쯤으로 생각하라고 일렀다.

 

학생들만 흉 볼 것이 아니다. 말을 그렇게 하면서 정작 내가 그런 상처를 남겨준 경험이 있다.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적어 보면 이렇다. 룸비니에 갔을 때다. 룸비니는 부처님이 탄생한 곳이다. 어머님이 돈독한 불교 신자라 여기에서 향을 사서 선물하고 싶었다. 향 한 통에 2루피란다. 아주 싼 값이다. 소년들이 향을 들고 다니면서 관광객에게 판다. 나는 향 두 통에 3루피에 달라고 깎아 흥정해 보았다. 1루피를 깎는 것이다. 달라는 대로 다 줘도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루피를 깎아 덤을 얻기 위해 계속 고집을 피웠다. 소년도 그 값에는 안 된다고 버틴다. 이런 승강이를 하는 동안 버스가 떠나 결국 나는 향을 사지 못했다.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를 오는 동안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첫 째는 내가 학생들에겐 파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수준에서 흥정을 하라고 해 놓고 나는 정작 그러지 못한데 대한 부끄러움이다. 나는 그 소년의 마음을 할퀸 것이나 다름이 없다. 말만 그렇게 하고 정작 자신은 1루피를 덤으로 흥정을 하다니 부끄럽기 그지 없다. 두 번째로는 어머님에게 드릴 선물인데 1루피를 흥정하다 놓친 향이라서 부끄럽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면 100루피 1000루피도 선뜻 지불하면서 1루피 때문에 흥정을 깨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덤이란 제 값어치의 물건 외에 조금 더 얹어주고 받는 일이다. 그런데 이 덤을 인생에서 찾는 분이 계셨다. 한솔 이효상 선생님인데 내가 의예과 시절 독일어를 가르친 교수님이다. 한솔 선생님은 수업시간 마다 인생은 덤이란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생각하면 인생이란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받은 완전한 덤이다. 출생 자체가 덤이다. 불가에선 이런 태어남이 억겁의 인연이라고도 한다. 과학적으로도 인간으로 한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아주 아주 어렵고 어려운 덤이다. 이런 덤은 고마운 횡재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기쁘다. 감사하다. 왜냐하면 하루의 덤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고마운 덤인데 또 하루를 더 덤으로 주시니 안 고마울 수가 있겠는가.

 

“나는 죽을 때 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란 내 수필집으로 인해 많은 곳에서 강연을 했다. 한번은 청중 중에 한 대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어떤 생각을 하세요?”

 

나는 스스럼 없이 즉각적인 대답을 했다 그 대답의 내용이 바로 하루를 덤으로 받은 기쁨을 말해 주었다. 그는 내가 기쁘고 감사하단 말을 깊이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그는 아직도 이미 받은 덤으로 살아갈 햇수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처럼 이미 받은 덤의 수명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에겐 내 생각과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또 무얼 하고 보내지” 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 오늘 하루도 덤의 덤을 주었는데 할 일이 없다? 그런 생각은 덤의 덤을 주신 분에게 죄송 해야 할 생각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덤의 덤을 다홍치마를 입혀 보자. 하루를 보낼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차고 넘칠 것이다. 인생은 덤이다. 노년의 인생은 덤의 덤이다.

 

<글:  이근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76세의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면서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저서로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공저)가 있다.

 

[자투리경제=윤영선 SNS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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