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2막-투라이프

[자투리경제 2life 정보] 자녀의 대학 진학이 '선택'인 이유



 

나에겐 10년 동안 찾은 미용실이 있다. 30대 초반의 도모코씨는 내 머리를 10년 동안 한결같이 정성껏 관리했다. 나는 가끔 걱정이 되어 물어본다. 몸은 괜찮느냐고. 도코모씨는 어깨, 허리,다리 안아픈곳이 없다며 씽긋 웃는다.

 

도모코씨가 미용사가 되겠다고 생각한것은 초등학교2학년때라고 한다. 처음간 미용실에서 감겨준 머리가 너무 시원하고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머리를 커트 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머리를 잘 감겨주는 프로가 되고 싶어 미용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간의 미용전문학교에 입학.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미용실에 취직 했다. 초등학교2학년때부터 미용사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어릴때 부터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도모코씨도 대단하지만 그 꿈을 응원해준 부모님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미용사는 힘든 직업 중 하나다. 미용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실에 취직하면 보통 샴프담당으로 경력을 시작한다. 매일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감기다 보니 피부가 약한 사람은 손에 피부병이 생기기 일쑤다. 만약 손 상태가 심하게 악화되면 일회용장갑을 끼고 샴프를 한다. 10년 전 샴프를 해주던 사람이 이제는 내 머리를 커트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기분이 좋다. 도코모씨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축하해요”라고 말한다.

나는 도코모씨 이야기를 한국 지인에게 들려주었다. 그런데 나의 지인은 “난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학교 다닐때 얼마나 공부를 못했으면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학이라는 간판보다 자녀의 꿈을 응원해 주는 부모. 이러한 부모는 한국사회에서는 어느정도 있을까? 일본사회도 학벌은 중요하다. 회사에 취업하려면 대졸이라는 학벌은 필요하며, 특히 유명기업은 학벌을 따진다.

 

하지만, “유명대학→일류기업→행복한인생” 이란 의식은 지금의 일본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유명대학에 들어가면 일류기업에는 들어가기 쉬우나 그것이 반드시 그후의 행복한 인생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유명대학 →일류기업→행복한 인생”이란 공식이 통용되는 시대가 있었다. 기업에 들어가면 정년퇴직때까지 수입은 보장되었다. 학벌이나 업무능력에 따라 승진이나 연봉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었다. 유명대학을 나와 일류기업에 들어가면 특히 높은 수입과  생활이 보장되고 결혼, 집장만, 자녀교육등 중류층 이상의 생활을 누릴수 있는 인생계획을 세울수 있다. 이러한 인생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자 목표였다.

 

고도성장기(1955~1973)에 본격적으로 열린 학력시대. ”학력은 출세의 지름길”이자 “대학문은 곧 취업의 입구”였고, 대학진학이 확실한 취업처를 마련해 주는 보증수표였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장래의 행복을 보장받는 길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시대, 부모들의 최종목표는 아이가 사회에 인정받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70년대에는 “입시 지옥” “입시 전쟁”이란 말도 생겼다. “입시 지옥” “입시 전쟁”에서 내 아이가 살아남기 위한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한 어머니를 “교육마마”라고 했다.  “교육마마”는 항상 비난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공부”에 쫒기며 살았다.  공부, 입시로 인한 노이로제, 자살등도 사회문제가 되었다.

 

대학입시에 떨어져 재수하고 있는 아들이 노이로제에 걸려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감당을 못한 어머니가 아들이 자고있는 사이에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사건, 공부하라는 어머니의 말이 스트레스로 학교에 수 차례 방화한 고등학생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뒤 자살한 어머니 등 충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공부, 입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만 사람들의 “유명대학 →일류기업→행복한 인생” 의식은 더욱더 강해졌다.

 

심해지기 시작한 입시경쟁, 입시위주의 학교의 관리교육, 점점 커지는 부모의 기대등 아이들은 점점 더 강한 스트레스속에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아이들의 반란은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었다. 80년대 부터 중학생 교내폭력, 이지메로 인한 자살, 초등학생의 통제불능 수업태도, 등교거부 학생증가등 학교와 관련한 아이들의 일탈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 오른다.

 

그리고 1990년의 버블경제 붕괴 이후로 일본경제가 침체되어 가면서 노동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에 들어가면 정년퇴직때까지는 해고되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2008년 글로벌 금융기기를 거치면서 일류기업이라 불리던 회사들도 대량 해고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근로자 10명중 4명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으로 취직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힘들어졌다. 가정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자녀교육에 투자할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경로였던 시대는 끝났다. 좋은 학교를 나와도 ‘프리터(프리Free+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 직장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층)’나, ‘니트족NEET(학생도 직장인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층)이 될수도 있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그 회사가 어떻게 될지 알수 없으며, 젊은층도 과로사로 생을 마감할수도 있다.

 

과로사문제는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였는데 1990년대에 들어서는 과로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비정규직까지 확산되었다. 2014년 일본 광고업계 대기업인 덴츠의 여성신입사원인 다카하시 마츠리씨가 과로로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사건으로 인해 2014년에 과로사방지추진법이 제정 되었다. 동경대학을 졸업하고 일류기업인 덴츠에 입사한지 9개월만에 생을 마감한 다카하시씨. "하루에 20시간을 회사에 있으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지 일하기 위해서 사는것인지”. 다카하시씨가 생전에 SNS에 올린 글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에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다.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생각은 과거의 이야기다.

일류대학을 나왔다 하여 모두다 취직되는 시대도 아니다. 대량채용을 한 시대는 우선 대학 이름만 보고 채용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본인의 확고한 생각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대학교때 공부이외에 써클활동이나 아르바이트에서 어떠한 스킬을 쌓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의 일본사회는 고도성장기와 같이 “아무생각말고 무조건 공부만 하면 돼. 그래서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너의 인생은 행복할거야” 하고 생각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의 일부 가정에서 자녀를 일류대학에 에스컬레이트식으로 올라가는 초, 중학교 입시가 화제가 되는경우는 있으나, 고등학교 입시나 대학입시가 미디어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그다지 없다. 입시는 사회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각 가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대학을 반드시 나와야한다는 ‘학력 의식’은 약화되었다. 현재 일본은 대학입학정원이 학생수보다 많아 전체 대학교중 40%가 학생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학교 수준을 따지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학생이 대학졸업 간판을 딸수 있는데도, 일본의 4년째 대학 입학률은 50%전후에 그친다.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 무리해서 대학에 보내기 보다는 아이의 개성과 특성을 살려서 기술을 익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학부모들이 ‘대학 4년 동안의 학비를 취업효과와 비교 했을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는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일류대학’이 아니라면 ‘대졸’이라는 간판보다는 기술이나 기능을 배울수 있는 전문학교에 가는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대학’도 ‘입시경쟁’에 참여 하는것도 모든 사람의 목표가 아닌 각 가정의 ‘선택’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을 가느냐 안 가느냐가 아니라, 자녀가 무엇에 흥미를 갖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 는 것이 아닐까.

 

꿈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샐러리맨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는 초등학생,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싶은게 무엇인지 모르고 하고싶은 공부도 없다는 중학생, 장래꿈이 일류기업에 취직하는거라고 말하는 고등학생. 일류대학에 들어가 학과공부는 열심히 했으나 하고싶은 일이 없어 취직을 안하는 대학생등 일류대학에 들어갔다 해도 혹시 내 아이가 프리터나 니트가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다.

 

오래전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로 들어가 임업(林業)일을 시작했다. 임업을 하기위해 회사를 그만둔것은 아니였다. 틀에 박힌 바쁜 회사생활이 싫어 회사를 그만뒀다. 친구가 회사를 그만둔뒤 다른일로 그 친구 부모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부모님은 회사를 그만둔 아들을 걱정하셨다. “본인이 도시의 회사생활 보다 지금 생활에 만족해 하고 있다고 는 하나, 수입은 회사생활때 보다 훨씬 적다. 만약 예전 친구들 중에 누군가가 차를 샀다거나 집을 샀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것을 부러워 하지 않고 지금 생활에 만족해 한다면 아들이 회사를 그만둔것에 대해서는 걱정은 안한다 “고 하셨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본인이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를 생각하며 거기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일본인의 일반적인 삶의모델은, 대학을 나와 셀러리맨으로 기업(가능하면 대기업)에 들어가 종신고용으로 정년퇴직까지 일하는 것이었다.  그 외의 삶의모델은 주위에 그다지 없었다. 부모들도 그런 시대를 살아왔기에 내 아이가 거기에서 벗어나면 불안하다.

 

모든 사람이 이길만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 시대에서 지금은 여러가지 방향으로 뻗힌 길이 있어 각자가 그 길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길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양하다. 선택한 길을 가기위해서 대학에서 전문지식을 공부해야할 경우도 있을것이다. 사회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길을 선택하든지 그 길에서의 노력은 필요하다.

 

결혼식 전문 꽃집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플라워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5년 넘게 꽃관련 일을 하고 있다. 보통 꽃집에서도 오랫동안 일하다 몇년전부터 결혼식장에 꽃을 장식하고 부케등을 만드는 일을 하고있다. 쉬는 날은 빵공예, 풍선공예, 식품모형등을 배우러 다닌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이러한 것들도 배워두면 일할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항상 바쁘지만 수입이 남들보다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꽃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지금 일에 만족한다고 한다. 중요한것은 남들이 인정해 주는 직업, 수입이  아니라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대학이 행복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것을 알면서도 대학에 연연 하고 내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인생이 불행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사회가 삶에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과 비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가를 생각하며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하고 노력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필요하다.

 
<글: 이정숙 요코하마시립대학 연구원>

 

이정숙 박사는 현재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30년 넘게 거주하면서 일본 교육현장을 20년 넘게 연구했습니다. 2014년 ‘공부 잘하는 아이의 부모 되기’를 출간하며 일본 교육사를 면밀하게 분석했고,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